스마트폰 사업 최지성이 직접 챙긴다...그룹차원 `위기 대응`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스마트폰 사업과 글로벌 동향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IT·모바일(IM)사업부나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 차원의 스마트폰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발 스마트폰 위기’를 삼성 내부에서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최근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신제품 동향과 마케팅 전략 등을 직접 보고받고 삼성 스마트폰 사업 전략을 면밀히 점검 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 실장 주도로 그룹에서 스마트폰 국내외 시장상황은 물론이고 샤오미 등 중국 업계의 신제품 동향, 각사 마케팅 전략 전반까지 점검하고 있다”며 “조만간 출시할 ‘갤럭시노트4’도 그룹에서 제품 제원(spec)과 마케팅 전략까지 경쟁력을 세밀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시리즈’를 내세운 삼성전자 IM사업은 순이익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70%, 삼성그룹의 50%까지 차지하는 그룹의 핵심 사업이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IM사업부의 실적 부진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위기론’이 불거지자 그룹 최고 수뇌부가 관련 사업 정밀진단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도 삼성 미래전략실이 개별 사업에 관여하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특정 사업의 장단기 계획과 연구개발, 마케팅, 경쟁사 동향까지 전 방위적인 점검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전과는 크게 다른 대응방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은 애플보다는 중국 기업의 변화에 더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샤오미 등은 삼성과 거리가 먼 저가폰 제조업체로 치부됐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업체의 신제품을 조기 확보, 세부 규격과 사용자환경(UI), 소프트웨어, 유통채널까지 세밀하게 분석을 진행해야 할 만큼 시장 환경은 급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곧 선보일 보급형 웨어러블 기기와 삼성이 개발 중인 저가형 스마트와치 등을 평가한 결과 기술 변별력이 거의 없어 삼성 내부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이 획기적인 혁신형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가격 대비 성능’을 내세운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신제품을 출시하고 막대한 마케팅 자원을 투입해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을 기본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2분기 수익성 하락과 맞물려 기존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를 주는 방안까지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업계에서는 삼성 스마트폰 사업이 위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가기에는 소비자를 충족시킬 독창적 혁신이 부족하고, 가격경쟁에서는 후발주자를 압도하기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주 평창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CEO 하계포럼’ 토론회 강연자로 참석한 임성배 세인트메리즈대 교수는 “삼성의 진정한 위기는 향후 제2, 제3의 샤오미 같은 업체가 나타날 것이라는 데 있다”며 “IT 고도화로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고 시장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지면서 삼성의 부담은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김지현 KAIST 교수도 “제조 능력을 경쟁력으로 성장한 삼성과 국내 제조업 전반이 위기에 직면했다”며 “기존 사업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제조와 서비스, 유통을 결합한 새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