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16회

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16회

2. 너무 오래된 운명



8

연지산(燕支山)과 기련산(祁蓮山)은 점점 아득해져갔다. 서늘한 빗줄기가 흉노의 고단하고 척박한 삶의 두께와 삶의 깊이를 적시고 있었다.

“기련산을 두고가니 가축을 기를 수가 없네요

연지산을 두고 가니 여인들은 아름다움을 잃었네요

다시 돌아오지 못하나요?

우리는 어디로 가는걸까요?“

흉노의 여인들은 울기 시작했다.

흉노의 남자들은 침울했다. 울음을 참느라 어깨를 들썩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그들의 시작이었던 땅을 떠나는 서러움은 배운 적이 없었다. 연지산과 기련산은 그들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가 살던 땅이었고 그들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살던 땅이었다. 족장 문주크는 절망을 부인했다. 절망을 방어했다.

“우리 흉노는 다시는 중원을 바라보지 않으리라. 우리는 연지산과 기련산을 품은 채 이제 더 크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한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자.”

그러나 여인들은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흉노인들은 중원을 떠난 적이 없었다. 중원을 잠시 떠났다 해도 중원의 언저리였다. 그래서 오랑캐 아니던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십니까?”

“우리의 땅은 있습니까?”

흉노의 남자들은 그저 묵묵했지만 여인들은 무서움에 생명마저 시들 지경이었다.

“우리는 누구의 여자가 되어야합니까?”

문주크는 눈알이 뻘개지도록 힘을 주었다. 핏줄이 터져나갔다. 핏물이 흘러내렸다. 피눈물이었다.

“여인들이여. 그대들은 누구의 여자가 될 필요도 없다. 오직 흉노의 여자들일 뿐이다.”

그는 부족을 자신의 품 안에 넓게 품었다.

“우리의 땅은 태양이 뜨는 곳에서 태양이 지는 곳까지 모든 땅이다. 우리의 시작이 연지산과 기련산이었다. 우리의 마지막은 용연향이다. 내가 약속의 땅으로 우리들을 데려가리라.”

흉노의 남자들은 수세를 벗어났다. 공세의 외양이 되었다. 일제히 일어났다. 모두 어깨를 바짝 붙였다. 폭발하는 하나의 원형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단 하나의 족속, 흉노가 아니다. 우리는 지나가는 모든 땅은 우리가 정복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족속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큰 하나가 될 것이다.”

흉노의 남자들이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본디 문주크님의 족속은 훈으로 불리어 왔으니, 이제 우리의 진짜 이름은 훈입니다. 이제 우리를 세상 사람들은 훈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훈! 훈!”

훈은 이제 중원을 벗어난 족속이 나이었다. 이들은 새로이 태어나는 족속이었다. 그것도 매우 위험한 족속이었다.



훈의 족속들이 도나우강 근처 판노니아 평원에 이르렀을 때, 대상들을 만났다. 그들은 신라의 대상들이라고 했다.

“신라?”

문주크는 처음듣는 이름이었다.

신라대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조상의 미소로 답했다.

“오래 전, 용연향이라 불리웠습니다. 이제 그곳은 신라라고 부릅니다.”

“바로 그 용연향?”

문주크는 운명이 자신을 통찰한다고 느꼈다. 대상은 자신의 딸을 인사시켰다.

“이름이 실라입니다. 투후 김일제의 후손입니다.”

실라의 눈동자는 각각 그 빛깔이 달랐다. 한 쪽은 회색빛이고 한 쪽은 호박색이었다. 연지산과 기련산의 냄새가 풍겼다. 문주크는 온몸이 끓어올랐다.

“실라에게서 내 아들을 낳고싶습니다.”

대상은 문주크에게 딸을 슬쩍 밀었다. 실라는 자신의 품 속에서 작은 보따리를 꺼내어 문주크에게 주었다. 보따리 안에는 황금빛 능라에 감춰진 황금검이 있었다.

“제 아들에게 주십시오. 그가 주인입니다.”

“아틸라 왕자님.”

번득이는 암기(暗器)와 같은 에르낙의 음성이었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