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견기업, 신규 소재 사업 줄줄이 제동...`오리무중` 신사업 돌파구는?

국내외 경기 침제가 장기화하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규 소재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 불황·환율 하락 등 여러 악재로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성과가 미미한 신소재 사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대표 수요기업들이 대체 소재 채택을 주저하는데다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산 신소재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C·일진머티어리얼·한화케미칼·이엔에이치·대주전자재료 등 국내 대·중견기업들의 신규 소재 사업이 수년째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SKC는 지난 2012년 휴대폰이나 LCD TV 등에 필수부품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는 방열시트 개발에 성공했다. 신소재 탄소나노튜브(CNT)를 적용한 SKC의 방열시트는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SKC는 CNT 기반 방열시트로 2015년까지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방열 시트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 최근 대규모 양산시설 투자 계획을 포기했다. 사실상 CNT 기반 방열시트 사업을 접은 셈이다.

SKC 측은 “현재 다른 방식의 방열시트를 개발 중”이라며 “특허 문제와 원가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언제 새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진머티어리얼은 그라파이트 소재를 기반으로 한 방열시트를 개발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최근까지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한화케미칼·금호석유화학은 신규 사업으로 CNT 원료 대량 생산에 나섰지만 역시 시장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사는 향후 시장 수요를 감안해 지난해 50톤 규모로 생산 라인을 각각 증설했다. 이어 단계적으로 설비를 추가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들어 경기 침제로 수요가 기대만큼 발생하지 않자 증설 계획을 보류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현 50만톤 생산 공장을 풀가동하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며 “당초 기대만큼 수요가 일지 않아 수요시장 다각화 등 특단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 소재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엔에이치는 은나노와이어(ANW) 필름을 개발, 터치전극을 구현했다. ANW는 ITO 필름 원재료인 인듐산화주석의 대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엔에이치는 국내 대기업에 ANW 필름을 소량 공급하고 있으나 아직 의미 있는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사업 부진이 계속되자 결국 회사 연구 책임자가 교체됐다.

대주전자재료도 2년 전 그래핀팀을 신설하는 등 그래핀과 발광다이오드(LED) 형광체 재료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지만 당장 수익을 내긴 힘든 상황이다.

광학필름업체 상보도 수년간 CNT 사업에 전념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회사는 최근 돌파구로 에어컨용 터치키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경기 불황으로 수익이 악화되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신규 소재 사업에 대한 고민도 부쩍 늘고 있다”며 “기존 소재의 활용처를 넓히는 데 우선 주력하면서도 신규 소재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도록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