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주행시험장비 최초 국산화 뒤 눈물나는 사연..."더미 없어 마네킹으로"

자동차 안전 시험 장비 국산화는 이번이 처음

안광호 인폼 연구소장(왼쪽)과 윤종호 대표가 가산동 연구실에서 실험용 더미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뒷편에 있는 더미는 단순해 보이지만 개발 비용이 개당 1000만원을 넘는다.
안광호 인폼 연구소장(왼쪽)과 윤종호 대표가 가산동 연구실에서 실험용 더미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뒷편에 있는 더미는 단순해 보이지만 개발 비용이 개당 1000만원을 넘는다.

한 중소기업이 자동차 도로주행 시험 장비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동안 국산화 사례가 전무할 정도로 불모지인 분야에서 나온 성과여서 의미가 더욱 크다는 평가다. 향후 자동차 생산 세계 5위 국가에 걸맞은 시험 장비 산업 육성 필요성이 제기된다.

자동차 전장부품 전문업체 인폼(대표 윤종호)은 정부 과제를 통해 자동차 ‘자동비상제동장치 보행자평가시스템’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완성차나 부품이 아닌 자동차 안전 시험 장비가 국산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억원이 넘는 해외 장비 가격을 8000만원 수준으로 떨어뜨려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인폼은 이 평가시스템을 정부 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납품하며 성능을 인정받았다.

안광호 인폼 연구소장(왼쪽)과 윤종호 대표가 가산동 연구실에서 실험용 더미를 소개하고 있다. 뒷편에 있는 더미는 단순해 보이지만 개발 비용이 개당 1000만원을 넘는다.
안광호 인폼 연구소장(왼쪽)과 윤종호 대표가 가산동 연구실에서 실험용 더미를 소개하고 있다. 뒷편에 있는 더미는 단순해 보이지만 개발 비용이 개당 1000만원을 넘는다.

‘위험을 감지해 스스로 멈추는 차’로 최근 집중 조명을 받은 자동비상제동장치(AEB)를 평가하려면 달려오는 자동차 속도를 계산해 정확한 순간에 차량 앞으로 실험용 인체 모형(더미)이 지나가도록 해야 한다. 인폼은 주행로에 적외선 센서를 설치해 차량 속도를 계산했다. 이를 와이파이를 통해 무선으로 전달하면 더미가 차량 도달 시간에 맞게 이동하도록 했다. 모든 과정이 철저한 계산 하에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더미를 도로 중앙에 고정시키거나 수동으로 이동시키는 방법보다 실용성과 정확도가 높다.

국내에는 이 같은 도로주행 시험 장비를 만드는 곳이 전무하다. 그래서 인폼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애를 먹었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어 모든 작업을 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도로 시험을 할 만한 장소가 없어 밤마다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찾아다녀야 했다. 대낮에 공터에서 작업을 하노라면 얼굴이 새카맣게 타곤 했다. 제품 특성상 실내 테스트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안광호 인폼 연구소장은 “자동차용 전문 더미를 만드는 곳이 없어 의류 마네킹 제작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정을 해야 할 정도로 개발 환경이 열악했다”면서 “앞으로 금형 투자를 통해 더미를 자체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산화로 차량용 시험 장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차 업계 관행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국내 보행자평가 표준으로 제정되면 국산차는 물론이고 수입차도 국산 시험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자동차 안전규제가 탑승자 위주에서 보행자도 배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도 고무적이다. 유럽연합(EU)은 2016년부터 보행자 감지 자동비상제동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고, 우리나라는 2018년 시행 예정이다.

안광호 소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만 생각했지 평가 기술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면서 “자동차 산업 규모와 비교해 너무도 방치된 평가시스템 산업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