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SI 외치는 IT서비스업계](상)기업 참여하는 시장으로서 의미 잃은 국내 SI 영역

IT서비스산업 태동 후 20년 넘게 주력 사업으로 여겼던 시스템통합(SI) 사업이 최근 외면받고 있다. SI 사업으로는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공공 등 정보화 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전체 SI 시장이 대폭 축소됐다. 발주된 SI 사업도 대부분 저가다. 수주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악순환 구조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을 중심으로 탈SI 바람이 거세게 분다. SI 시장과 IT서비스기업의 탈SI 움직임을 3회에 걸쳐 분석한다.

“금융SI 사업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적자고, 공공SI는 시작하면서 적자, 대학SI는 사업을 수주하면서부터 적자다.”

대형 IT서비스기업 영업본부장의 푸념 섞인 말이다. 그만큼 국내 SI 시장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시장으로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SI 시장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는 데 있다. 10년 전부터 불과 2~3년 전 까지만도 SI 시장은 호황기였다. 금융SI 시장에서는 은행·증권·보험사들이 앞다퉈 수천억, 수백억원을 투입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부분 사업 금액의 60% 이상이 SI영역이었다.

전자정부 태동기를 거쳐 성장기를 맞이하면서 공공SI 시장도 급성장했다. 정부부처별, 공공기관별로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대형 SI 사업이 발주됐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정부통합전산센터가 마련되면서 공공SI 시장은 더욱 뜨거웠다. 제조·물류·유통·서비스 등 산업 곳곳에서도 진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보화 사업이 대거 발주됐다.

2~3년 전부터 금융·공공 등 전 산업에서 정보화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SI사업은 큰 폭으로 줄었다. 순수 SI 사업만도 연간 1조원 규모였던 금융권 사업은 1000억원을 넘는 수준으로 줄었다. 공공SI도 국세청·관세청 등 일부 기관의 대형 사업 외에는 이렇다 할 일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저가수주를 넘어 저가발주로 고착된 사업예산이다. 과거 대학SI 시장 등 일부 시장에 한정됐던 저가사업이 공공·금융 등 전 산업에 걸쳐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상당수 IT서비스기업이 매출은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 IT서비스기업 영업본부장은 “사업 자체가 저가로 발주되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전부인 SI 사업으로는 더이상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국내 SI 시장은 죽어버린 늪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SI 시장을 공략하는 IT서비스기업이 너무 많아진 것도 문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견그룹들은 계열사 전산실을 통합, IT서비스기업을 출범시켰다. 출범 초기 계열사 정보화 사업에 집중했던 이들은 계열사 프로젝트가 완료된 3~4년 후 모두 대외 시장에 뛰어 들었다. 대학SI 사업이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제안업체가 많은 이유다. 중견 IT서비스기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대학SI 시장을 첫 대외사업 진출지로 삼았다.

2000년대 후반 설립된 중견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설립 5년 후면 계열사 지원 등 대부분의 사업이 완료된다”며 “이후에는 늘어난 인력을 운영하기 위해 대외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시스템통합(System Integration) 사업은 발주처 요구를 종합해 컨설팅, 시스템 설계와 개발·조달, 타 시스템과의 연계, 운영 등 전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투입된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받는 사업에 한정해 지칭하기도 한다.

<국내 SI시장의 문제점 / 자료:업계 종합>


국내 SI시장의 문제점 / 자료:업계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