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세계 첫 스마트폰용 CNT 터치센서 출하

소재 전문기업 상보가 세계 최초로 탄소나노튜브(CNT) 소재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용 투명전극필름(터치센서)을 출하했다. 희소물질을 사용하는 산화인듐주석(ITO) 필름을 대체하려는 기술 개발 경쟁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국내 중소 소재기업이 가장 먼저 이룬 성과다.

30일 상보는 김포시 양촌공장에서 탄소나노튜브(CNT) 터치센서 첫 출하식을 가졌다. 김상근 회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고객사, 임직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30일 상보는 김포시 양촌공장에서 탄소나노튜브(CNT) 터치센서 첫 출하식을 가졌다. 김상근 회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고객사, 임직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상보는 30일 김포시 양촌공장에서 김상근 회장과 정인상 신소재사업본부장 등을 비롯해 고객사 및 관련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CNT 터치센서 출하식을 가졌다.

상보는 지난 2008년 한국전기연구원(KERI)에서 CNT 터치센서 제조 기술을 이전 받아 관련 소재 개발에 착수, 2011년 세계 처음 저항막 방식의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후 터치센서 기술 트렌드가 정전용량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자 원점에서 다시 개발에 나섰다. 회사는 2년 만에 정전용량방식 CNT 터치센서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9월 양산 공장을 준공했다. 지난 6년간 CNT 터치센서 개발에만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이번에 출하된 CNT 터치센서는 다음 달 출시되는 비츠모의 중저가 스마트폰 ‘닉스(브랜드명 NYX Mobile)’에 적용된다. 비츠모는 중저가폰을 만들어 해외에 공급하는 국내 대표 알뜰폰 생산업체다. 상보의 CNT 터치센서는 비츠모의 중국 심천공장에 공급되며, 향후 멕시코·러시아 등으로 판매된다.

상보는 이달 초도물량 생산 이후 오는 9월부터 월 30만~40만셀 이상의 물량을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제품은 단일층(GF1) 방식으로, 강화유리에 CNT 터치센서 필름을 한 장만 사용했다. 기존 ITO필름보다 원가를 20% 이상 낮췄다. 향후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원가 절감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품을 공급받는 김성하 비츠모 사장은 “ITO 필름을 CNT로 대체하면서 제조원가를 20~30% 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중저가폰에서 원가를 20% 낮춘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상보는 올해 CNT 터치센서 양산으로 목표 매출 25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니인터뷰]김상근 상보 회장

“도저히 정복하지 못할 것 같았던 드높은 산에 드디어 깃발을 꽂았습니다. 앞으로 많은 국내 소재 업체들이 희망을 가지고 글로벌 첨단소재 개발을 이뤄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근 회장은 꿈의 소재 CNT를 세계 처음 상용화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상보는 지난 2008년부터 신소재 CNT 터치센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상용화 과정이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키코 사건과 경기 불황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도 겪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많은 직원이 밤낮으로 연구개발에 몰두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특히 국내 소재기업도 세계 최초로 무엇인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CNT 터치센서도 개발 완료했다”며 “여러 스마트폰 업체들과 테스트한 결과 20만회 이상을 접고 펴도 아무런 성능 변화가 없을 정도로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CNT가 플렉시블 소재로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보는 국내 대형 스마트폰업체는 물론이고 중국의 메이저 휴대폰 업체와도 CNT 터치센서 양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거래선 추가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김 회장은 “CNT 터치센서 상용화로 상보가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글로벌 소재시장에서 ‘히든 챔피언’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