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특허 승소로 국내 프린터 부품업체 위기감 증폭…대응책 마련 시급

일본 캐논이 국내 레이저 프린터 부품 생산업체를 상대로 낸 특허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관련 업계에 후폭풍이 거세다. 진행 중인 캐논과 또 다른 국내기업과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향후 글로벌 기업의 특허 소송 ‘폭탄’이 다른 업종의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이 캐논과 국내 중소기업 간 특허 소송전에서 캐논의 손을 들어주면서 유사 사건으로 진행 중인 다른 소송건도 일사천리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4일 캐논이 알파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알파켐의 특허권을 침해 사실 인정과 함께 손해액 15억60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본지 2014년 4월 18일자 3면, 7월 25일자 19면 참조

현재 캐논은 알파켐 외에도 레이저 프린터 핵심 부품인 감광드럼을 생산하는 백산OPC·네오포토콘·켐스 등에도 각각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다. 백산OPC·네오포토콘·켐스 소송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캐논으로부터 제소된 4개사는 공동으로 2년 전 무역위원회에 캐논의 불공정무역 행위에 대한 판단을 맡겼고, 조만간 무역위원회는 최종 심의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는 캐논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이 진행 중인 소송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국내 프린터 부품 업계는 장기간의 특허 소송으로 인해 도산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캐논이 승소하면 4개사가 물어야 할 피해보상액만 250억원이 넘는데다 10여년간의 장기 소송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소송전이 해외에도 알려지면서 국산 부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폭락했고 고객 이탈 현상도 가속화됐다.

업계는 “프린터 핵심 부품도 아닌 ‘나사’ 하나로 산업 전체가 존폐 위기에 놓인 것은 캐논이 전략적으로 성장률이 높은 국내 기업을 고사시키려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캐논은 국내 기업들이 레이저프린터 부품 중 하나인 ‘감광드럼’을 탑재할 때 쓰는 삼각형의 나사(기어장치) 제조 방식을 도용했다며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업체들은 캐논이 영세한 나사 사출 업체가 아닌 감광드럼 제조업체에 소송을 냈다는 점, 자국 업체에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한국 기업을 겨냥한 악의적 소송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후지전지와 미쓰비시도 국내 업체들과 동일한 나사 제조 방식을 쓰고 있지만 소송에 휘말리지 않았다.

캐논은 마찬가지로 중국과 대만에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현지 법인에 따르면 중국·대만 법원이 캐논에게 먼저 일본 기업들에 소송을 내면 판결 결과에 따라 심판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등 강력하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국내 소재부품 업체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주요 공격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기업이 국내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특허소송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허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대응력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도 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논과 국내 업체 간 주요 소송일지 ※자료:업계 종합>


캐논과 국내 업체 간 주요 소송일지 ※자료:업계 종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