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싸고 질 좋은 '중고 모니터'의 공습

품질 좋은 중고 매물 시장에 대거 풀려

중고 모니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품질이 좋은 중고 매물이 시장에 대거 풀리고, 모니터에 게임콘솔과 셋톱박스 등을 연결해 보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20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중고 모니터 시장 활황의 배경은 풍부한 물량이다. IT 환경의 변화로 PC방 폐업이 늘어나면서 품질 좋은 중고 모니터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2만 935개였던 전국 PC방은 2012년 1만 4771개로 약 30% 감소했다. 게임 중심축이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PC방을 찾는 발길이 준 것이 원인이다. 2010년대 초반 게임 그래픽의 고성능화로 PC방들이 앞 다투어 들여놓았던 20인치 이상의 화면비 16:9 모니터까지 중고 매물로 등장했다. 실제로 인터넷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 모니터 판매는 2010년 서비스 개시와 비교해 76% 늘어났다. 성장세 또한 매년 꾸준하다. 옥션도 2009년 중고 모니터 통계를 낸 이래 4년 간 60% 증가했다.

저렴해진 가격도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올해 출시된 풀HD(1920×1080) 해상도의 27인치 대기업 LED 모니터가 30만원선에서 거래되는데 비해 2012년 출시된 중고 대기업 모델은 20만원 이하에 거래된다. 24인치는 10만원이면 살 수 있다. 신품에 포함된 HDMI와 TV 튜너, 내장 스피커 등의 부가기능 없이 구형 연결방식인 DVI를 지원하지만 매력적인 가격으로 모니터 실수요자들에게는 인기가 높다.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TV 대신 모니터에 게임콘솔과 셋톱박스를 연결해 쓰는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셧다운제와 금연 등 규제로 PC방 폐업이 늘어나면서 공급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픈마켓과 용산 등 전자매장에서는 중고 모니터를 취급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중고 모니터를 취급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 제품의 질이 좋아지면서 새 제품의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고 모니터를 많이 찾고 있다”며 “데스크톱 PC를 노트북 PC로 교체하는 소비자 움직임과 맞물려 중고 모니터 거래는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