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워크아웃 재개···이통사 협조 없인 정상화 요원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팬택 워크아웃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팬택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이동통신사의 적정 물량 구매 없이는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가 이어지기 때문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통사는 이미 쌓인 재고물량도 부담스럽다는 상황이어서 팬택 정상화에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팬택 채권단은 채권액 기준 75% 이상 동의를 얻어 이동통신사의 채권상환 유예를 포함하는 새로운 채권재조정안을 가결하고 워크아웃을 연장하기로 했다. 산업은행(43%)과 우리은행(32%), 농협(16%) 세 개 채권은행이 수정안에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산업은행은 나머지 채권기관의 의견을 모두 집계한 뒤 워크아웃 재개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힌다는 방침이다. 신규투자 계획 등은 새롭게 알려진 사항은 없지만 팬택은 당분간 은행 채무를 갚아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채권단은 전체 은행채권 5000억원 중 3000억원은 출자전환을 하고 2000억원은 2018년까지 상환을 유예한다. 무담보채권과 담보채권 이자율도 각각 1%와 2%로 낮춘다. 이미 이통 3사가 상거래채권 1531억원의 2년간 상환유예를 결정했기 때문에 팬택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7월 10일과 25일 결제했어야 할 상거래채권 500억여원을 결제할 자금이 팬택에 없다는 점이다. 협력업체는 팬택으로부터 대금 지급을 받지 못해 은행과 3차, 4차 업체가 부채를 떠안은 상태다. 협력업체 부도가 시작되면 팬택 회생작업이 시작돼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없어 어려움이 가중된다. 워크아웃 전과 크게 달라질 게 없는 셈이다.

팬택은 지난 28일 이통사에 단말기 13만대 물량을 구매해줄 것을 요구했다. 협력업체 숨통을 틔워주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최소한의 현금 확보를 위해서다. 이통사가 물량 구매를 약속하면 협력업체는 당분간 버틸 힘이 생긴다. 하지만 지난번 채권단 출자전환 요구 때와 마찬가지로 이통사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현재 이통사가 안고 있는 팬택 재고 물량은 50만대가량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3500억원 정도다. 이미 안고 있는 재고 물량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추가로 물량을 구매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통사 주장이다.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에서 이통사가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으면 판로는 사실상 막히게 된다.

팬택은 이통사가 주장하는 재고 50만대는 시장이 줄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지 결코 많은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과거 매달 20만대를 팔 때엔 60만대가 재고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시장 축소를 이유로 적정 재고 수준을 절반인 30만대로 본다는 설명이다.

팬택 관계자는 “사업이 정상화되고 이통사가 마케팅에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20만대 판매는 전혀 어렵지 않다”며 “이통사는 팬택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자금 확보가 되지 않으면 체질개선과 기술혁신은 요원하다며 이통사의 협조를 부탁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