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보니…보조금 분리공시 “단통법 위배 아니다”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고시에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보조금을 구분·공시하는 ‘분리공시(구분공시)’가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시 내용은 관계 법령 목적이나 근본 취지에 명백히 배치되거나 서로 모순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방통위는 단통법에서 제조사 장려금 규모를 회사별로 밝히지 않도록 했는데 하위 격인 고시에서 개별 제조사의 휴대폰 보조금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법 취지를 해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이전 판결은 방통위 고민과는 배치된다.

대법원은 2010년 “위임입법(고시) 일탈 여부는 해당 법률 문언과 목적,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2004년에는 “고시 내용이 관계 법령 목적이나 근본 취지에 명백히 배치되거나 서로 모순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위임입법(고시) 한계는 예측가능성(일관성) 유무로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해 합리적으로 예측가능성(일관성)이 있다면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면 고시에서 유연성을 인정한 셈이다.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면 분리공시를 도입하는 게 △출고가 인하 △분리요금제 등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적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래부 역시 단말기와 요금제를 분리하는 분리요금제가 단통법 입법 취지 중 하나인 만큼 자급제 단말기 구매 소비자 편익을 위해 분리공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박상현 법무법인 화현 변호사는 “단통법이 구체적인 보조금 공시방법을 고시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어 분리공시를 고시에 넣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입법 취지상으로도 분리고시가 들어가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통사 등을 중심으로 분리공시 고시 제정이 단통법 범위를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실제로 단통법이 제조사별 장려금 규모를 밝히지 않도록 규정한 것(제12조 1항)은 장려금에 한정된다.

제조사가 이통사에 단말기 판매 촉진 명목으로 지급하는 장려금은 △휴대폰 보조금(소비자 지급) △프로모션 비용(유통망 지급) △유통망 마진(유통망 지급)으로 구성된다. 장려금 중 단말기에 실려 소비자에게 건너가는 비용은 일부라는 것이다.

장려금은 기업 간 거래조건으로 영업 비밀성이 있는 반면에 보조금은 장려금 중 일부로 이용자에게 지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사 보조금을 공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