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했던 LCD는 승승장구, 믿었던 OLED 주춤…뒤죽박죽 디스플레이 시장

디스플레이 시장 예측불허 상태

침체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은 오히려 효자노릇을 하고, 공들였던 차세대 시장은 의외로 열리지 않는 등 디스플레이 시장이 예측불허 상태에 빠졌다. 과거 크리스털 사이클에 의존해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사용 습관 변화와 기술 발전 추이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면서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주 수익원도 매 분기 바뀌고 있다.

올해 2분기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수익원은 지난해까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었으나, 올 2분기 초고화질(UHD) LCD를 비롯한 LCD 수익 증가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여름 일시적이나마 영업이익은 물론이고 매출까지 AM OLED 패널이 LCD 부문을 넘어섰으나, 이후 AM OLED 패널 가격 하락과 재고량 증가,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오히려 2분기에는 40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이 부가가치를 높여 체면을 살렸다.

LG디스플레이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대면적 OLED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면적 LCD가 뒷받침했다. 타 업체들과 달리 모니터·노트북 물량을 대폭 줄이지 않았던 것도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지난 2012년부터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시장에 밀려 모니터·노트북 출하량이 급감하자 대부분 생산라인을 전환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야 공급부족(숏티지)가 일어나는 상황까지 빚어져 최근에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LG디스플레이는 라인 전환을 최소화하고 그 대신 고부가치용 패널로 전환해 오히려 매출을 올렸다.

중국 업체에 밀려날 것으로 예상됐던 대만 업체들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살 길을 마련했다. 투자 여력이 없는 대만 업체가 택한 것은 라인 효율화다. 특히 이노룩스는 화면비 왜곡을 감수하면서까지 면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39.5인치 제품을 40인치로 둔갑시켜 내놓았다. 잡음은 일었지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부품 내재화로 매출을 극대화하면서 2분기에는 대형 LCD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이처럼 시장 전망과 실제 흐름이 엇갈리면서, 업계는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많아지면서 어떤 분야 인기가 많아지면 몇 달 안에 공급과잉이 일어날 정도”라며 “단기간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