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 공포 체험, 다음 세대에 유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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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홀릭]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강한 충격을 받아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가 되어 버리는 심리적 외상(psychological trauma)은 자칫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라우마는 후천적인 경험에 의해 발생하는 것 같지만 부모로부터 유전 형태,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이어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천적 공포 체험, 다음 세대에 유전된다?

미국 미시간대학 야체크 데비에크(Jacek Debiec) 박사가 실험용 쥐를 이용해 공포 체험이나 트라우마가 다음 세대에도 유전될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실험에선 쥐에 가벼운 전기 충격을 반복적으로 주고 박하 향기를 맡게 했다. 전기 충격이라는 공포 체험과 박하 향기라는 조건을 연결해 박하 향기만 맡아도 공포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공포 조건화 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그런 다음 박하 향기를 두려워하게 된 암컷 쥐를 이런 공포 조건화가 되어 있지 않은 수컷 쥐와 짝짓기를 시켰다. 그리고 태어난 새끼 쥐가 어미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박하 향기를 맡게 한 결과 어미 뿐 아니라 새끼까지 공포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새끼 쥐는 인간의 아기보다 훨씬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 눈이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태어난 이후 공포 체험을 배울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박하 향기에 공포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물론 어미 쥐가 새끼에게 공포를 어떤 식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연구팀은 다시 같은 조건에서 태어난 새끼를 어미와 완전히 분리한 상태에서 박하 향기를 맡게 했다. 그 결과 어미가 없는 상태에서도 새끼가 공포 반응을 나타냈다. 또 공포 조건화가 되어 있는 어미 쥐의 난자와 그렇지 않은 대리모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태어난 새끼 역시 박하 향기를 맡으면 공포 반응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을 통해 공포 체험이 유전적으로 이어지는 게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쥐의 두뇌를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corticosterone)이 높아져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공포 체험에 대한 정보를 다음 세대에 유전적으로 승계하는 건 외부 위험에 대한 정보를 선천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생태학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간도 같은 공포 체험을 유전적으로 이어받는지에 대해선 윤리적 문제 탓에 같은 방식으로 조사하는 건 당연히 현실적이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