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손안의 경쟁, 손목 위로 확전

[이슈분석]손안의 경쟁, 손목 위로 확전

“내 인생 최악의 칼럼은 ‘손목시계의 종말’을 예단한 기사다.”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가 몇 해 전부터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명품시계 열풍을 보며 한 말이다. 휴대폰 등장으로 손목시계의 기능적 존재감은 없어졌을지 모르나, 특유의 패션적·문화적 부가가치를 간과했다는 게 이 칼럼니스트의 고해다.

삼성 갤럭시 기어
삼성 갤럭시 기어

바로 그 손목시계와 척지지 않는 ‘똑똑함’을 보이며 탄생한 제품이 ‘스마트와치’다. 최근 결성된 스마트와치그룹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스마트와치란 손목에 차는 형태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시계를 일컫는다. 스마트폰이 ‘손목’이라는 공간이 주는 정보의 접근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제 손안의 경쟁이 손목 위로 확전되는 양상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제너레이터리서치는 세계 스마트와치 시장이 지난해 약 1억달러에서 내년엔 110억달러로 100배 이상 확대된 후 2018년까지 6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스마트와치 시장을 애플과 그 외 벤더로 나눠 시장 규모를 산출했는데 애플이 스마트와치를 출시할 예정인 올 하반기부터 시장 선두로 나서며, 향후 5년간 전체 시장의 40~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애플은 스마트와치의 가장 큰 시장인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아이폰 수요자가 매우 많아 가칭 ‘아이와치’가 출시되면 단기간에 선두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다른 전망도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세계 스마트와치 출하량이 올해 885만6000대에서 내년에 3257만대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1년 사이에 시장이 약 4배로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향후 7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30%로 예측했다. 2016년(3293만대)부터 2017년(2847만대)에는 잠시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2018년(4586만대)부터 2021년(6929만대)까지 성장 폭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결국 7년 뒤에는 전체 시장 규모가 현재(885만6000대)의 약 8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SA도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세계 스마트와치 시장 규모를 내놓았는데, 2013년 약 10만대에서 2015년에는 2340만대로 20배 이상 증가하며 2017년에는 551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의 수요가 2016년까지는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17년 이후부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잠재 성장률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발표 기관별 수치만 다를 뿐 스마트와치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매우 밝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성장세가 스마트폰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연평균 50% 안팎(출하량 기준)으로 성장해 온 스마트폰 시장의 올 성장률은 19% 정도. 2017년 성장률은 8%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스마트와치 판매량이 크지 않지만, 애플의 신제품 출시 이후 업체 간 경쟁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스마트폰 이후 대안없이 정체된 모바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스마트와치 경쟁에서 한 발 비켜나 있던 구글마저 대세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이 구글글라스 대신 스마트와치를 내세워 애플에 맞서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 근거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 광경을 복기했다. 구글은 이 행사에서 구글글라스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스마트와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은 구글글라스를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구글 수뇌부의 내부 평가에 따른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정부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마트와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부가서비스와 편리한 사용자환경(UI), 시계라는 특성을 감안한 매력적인 디자인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특히 독립적이고 차별화된 전용 앱을 개발해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자별 매출 및 시장 점유율 현황(2013년 기준)

[이슈분석]손안의 경쟁, 손목 위로 확전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