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저작권법 개정안의 논리적 모순

[ET단상]저작권법 개정안의 논리적 모순

한 청소년이 있다. 가끔 접하는 웹하드나 토렌트로 음악이나 영화를 내려받아 직접 보거나 친구에게 보내준다. 어느 날 해당 저작권자를 대리한 법무법인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는다. ‘당신은 저작권 침해 범죄를 저질러 고소할 예정이니 처벌을 받고 싶지 않으면 합의를 하라’는 내용이다. 생전 처음 본 내용증명과 처벌이라는 무서운 말에 지레 겁을 먹은 청소년과 부모는 이 금액이 적절한지 판단할 새도 없이 합의한다.

일정 규모 이하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형사처분에서 제외하자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앞의 청소년 사례처럼 경미한 저작권 침해에 고소·고발을 남용하고 취하를 대가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됐다. 개정안 제안 이유가 현실을 과장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무분별하게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행위는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개정안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방법인지 의문이 든다.

개정안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6개월 동안 100만원 이상 피해금액이 발생한 저작권 침해만을 처벌대상으로 삼았다. 저작물 가격과 비교할 때 상당히 큰 금액인 1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서 처벌에서 제외하는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 ‘6개월’과 ‘100만원’이 과연 적합한지도 살펴봐야 하지만 이에 앞서 이렇게 기간과 금액으로 처벌기준을 정하는 것이 정말 적절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형사 처분의 필요성이 낮은 행위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취지라면 해당 행위를 가장 적절히 선정할 기준을 담아야 한다. ‘6개월 동안 100만원’이라는 기준은 너무 평범하고 단순하며 일률적이다.

온라인상에서 불법복제 영화를 유통하는 사례를 보면 단순히 피해금액만으로 처벌을 가하는 정도를 판단할 수 없다. 불법복제물을 온라인상에 제공해 유통시킨 행위인지, 아니면 단순히 내려 받아 이용한 행위인지에 따라 가벌성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 불법복제물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한 앞의 행위는 현실적이든, 잠재적이든 저작권 침해 정도에서 뒤의 행위보다 훨씬 크다. 개정안은 이 행위 유형에 따른 가벌성 차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불법복제물 유통자를 아예 처벌할 수 없는 맹점도 생긴다. 개봉하기 전의 영화를 불법 복제한 것을 온라인에 게시한다면 이로 인해 생겨날 피해가 막심하다. 영리 목적이 전혀 아니며 횟수가 적을지라도 처벌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 저작권 침해 행위는 온라인에 올리는 당시에 발생하는데 그 이후에 다른 사람이 얼마나 내려 받았는지에 따라 저작권 침해 성립 여부를 가린다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형사 처분에서 제외하자는 ‘경미한 저작권 침해행위’는 일반인이 음악이나 영화를 내려 받아 직접 보는 행위 정도다. 불법복제물 유통 행위, 온라인 게시 행위까지 포함해선 안 된다. 영리 목적이 없다 해도 마찬가지다. 불법복제물 단순 이용도 자주 반복하거나, 이용하는 불법복제물 수가 많으면 형사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기 어렵다. 이용에 그치지 않고 다른 유통행위를 수반해도 그렇다. 본인만 이용하거나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이용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형사 처분 제외 대상으로 ‘저작물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제공할 목적 없이 복제하고, 실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으로 한정하는 것이 개정안 제안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다.

이응세 파트너변호사(법무법인 바른) eungse.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