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창업현장을 가다]아이에스엠, 첨단 분광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

“어라? 직원이 5명밖에 안 되는 미니기업에 벤처투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연구원 창업기업 아이에스엠에 벤처캐피털의 관심이 잇따르고 있다. 성공 가능성 때문이다.

양일승 아이에스엠 연구소장(가운데)이 단색화 장치에 쓰이는 올인원 형태의 광학필터를 점검하고 있다.
양일승 아이에스엠 연구소장(가운데)이 단색화 장치에 쓰이는 올인원 형태의 광학필터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말 분광응용기술로 화학 분야 글로벌 히든챔피언에 도전장을 낸 아이에스엠(ism·대표 진승민)을 찾았다. 발을 들여놓은 첫 느낌은 ‘단출함’ 그 자체였다. 실험장비가 장황하게 늘어서 있고, 연구원이 복작댈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주력상품은 혈관탐지장치(VPism)와 고정파장형 단색화장치(BFism)다. 빛의 높낮이를 정렬하는 라이트 얼라이너(모델명 LAism)와 포스트 룰러(모델명 PRism)도 함께 출시해 판매 중이다.

회사 공간은 모두 40평. 회의 겸 사무 공간이 20평, 생산부와 기업부설연구소 간판이 달린 공간이 각각 10평을 차지했다.

직원은 진승민 사장과 동고동락을 같이 해온 서울대 실험실 후배인 양일승 연구소장을 비롯해 몇 달 전 새로 합류한 김유식 생산관리팀장, 배윤미 사업팀장, 박성옥 재무회계팀장 등이 핵심이다.

진 사장은 한국화학연구원에서 8년간 근무하다 지난 9월 창업했다. 회사 위치도 한국화학연구원 본관 옆 제2연구동 1층에 자리 잡았다. 장비가 필요하면 직접 가서 이용하면 된다. 현재 겸직상태여서 월급 걱정도 없다.

창업과정도 순탄했다. 개인이 자금을 출자해 조성한 한밭투자조합으로부터 1호로 투자금을 받았다. 투자액은 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모태펀드인 KVIC가 7500만원을 매칭으로 추가 투자하기로 예정돼 있다. 투자배수는 보통 창업기업보다 3배정도 많은 10배수를 받았다.

올해 회사 매출이 목표한 대로만 나오면 벤처투자업계에선 내년 100배수 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가변 파장형 단색화장치 개발’ 과제가 중소기업청 지원사업에 선정됐습니다. 빠른 속도로 정상궤도에 오를 것 같습니다.”

아이에스엠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제품을 만드는 생산부에 들어가 봤다.

진 대표는 “가로 20㎝, 세로 40㎝ 판위에 단색화 장비인 옵티컬 마운트 10개만 있으면 5분 만에 제품을 세팅할 수 있다”며 “필요한 부품은 모두 아웃소싱을 주기에 굳이 큰 공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핵심기술만 쥐고 있는 셈이다.

혈관탐지 장치와 단색화 장치는 국내 내로라하는 의료진이 포진해 있는 강남 성형외과병원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의료장비다.

혈관탐지장치는 디스플레이창을 통해 정맥(혈관)과 모세혈관의 위치를 실시간 보여준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간호사들이 환자 혈관을 못 찾아 몇 번씩 헛손질할 염려가 없어진다. 또 성형외과 의사들이 성형얼굴에 필러 등을 삽입할 때 혈관을 잘못 건드려 의료사고가 나는 일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정맥 진단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단색화 장치는 분광분석이나 바이오포토닉스, 산업용 검사 등에도 요긴하게 활용되지만 당장 미백이 성행하는 피부 미용계에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 장치만 있으면 바로 개인별 멜라닌 색소의 비율을 분석해 낼 수 있고, 이에 따른 맞춤형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아큐베인과 크리스티의 유사 제품이 들어와 있지만, 제품 가격이 2~4배까지 비싼데다 혈관 확대 등 기능면에서 되레 떨어진다.

아이에스엠의 매출총액은 지금까지 3000만원이 전부다. 지난 3월말 제품을 내놓은 뒤 5월부터 마케팅에 들어가 올린 실적이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혈관탐지장치 100대를 팔아 5억원, 단색화 장치로 1억~2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에스엠은 오는 2017년까지 혈관탐지장치 및 단색화장치 부문에서 225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아직 시기를 언급하긴 이르지만, 장기적으로는 20조원에 달하는 세계시장 점유율 1%, 매출 2000억원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승민 사장은 “회사 비전이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과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이 비전을 기반으로 잘하는 사람을 평생 지원하는 민간연구재단을 만들고,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를 지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