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혁신의 메카를 가다]4. 서강대 아날로그 IP 연구센터(AIPRC)

서강대 아날로그IP연구센터(AIPRC)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정보통신용 아날로그 설계자산(Intellectual Property, IP)을 개발하는 연구기관이다. 목표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이끄는 기술 개발 및 전문 인력 배출이다. 정부가 지원하고 서강대가 주축이 돼 매년 7개 대학과 3개 파운드리, 10여개의 팹리스가 참여하고 연간 교수만 11명, 연구원 110명이 투입됐다. 4년간 석박사 배출 인력만 131명이 넘는다.

서강대 이승훈 교수
서강대 이승훈 교수

시스템반도체는 스마트폰, 스마트TV, 자동차의 핵심 부품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하나의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십여 개에서 많게는 수십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아날로그 IP가 필요하다. 특히 아날로그 IP 기술은 유·무선 통신은 물론이고 영상·음향·디지털방송 등 멀티미디어 시스템 구성에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세계적 기업으로 손꼽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기술마다 대표하는 회사가 다르다. 국내 기업이 선두를 달리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세계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점유율이 5% 수준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국산화가 시급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승훈 서강대 아날로그IP연구센터장은 아날로그IP 기술을 두고 “없어서 부르는 게 값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나 제품 사정에 따라 소량 맞춤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창의적 설계 기술에 따라 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 양쪽의 기술력을 모두 요구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 쉽지 않다. 반도체 공정이 나노 수준으로 정교해지면서 아날로그 IP 설계 회사가 갖춰야 할 기술 수준도 더욱 까다로워졌다.

업계에서 아날로그IP 분야를 연구한 석·박사급 전문인력의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과제를 했던 연구원들의 취업률은 100%를 달성한 지 오래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골라가는 수준이다. 이 센터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석사 이상의 하드트레이닝을 받아야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수도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성장 없이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국내 차세대 산업의 성장을 자신하기 어렵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맞춰진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우수한 설계능력을 갖춘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서강대 AIPRC가 기술이전과 함께 인력양성에 매진하는 배경이다. 센터는 세미솔루션, 제퍼로직 등 시스템반도체설계기업, 이른바 중소 팹리스 기업에 핵심 기술을 이전하고 인력양성을 지원했다. 센터 연구원들이 기업에 파견되기도 하고 회사의 전문인력이 연구소로 와 함께 개발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산학협력이 이뤄졌다.

이 센터장은 “설계 기술도 정보 공유가 빨라지고 전반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 간 기술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나기 어려운 분야가 됐다”며 “상위 0.1% 수준의 ‘베스트인재’의 육성과 확보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게 되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 보다 적극적 인재양성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ITRC 센터장

-아날로그 IP 기술 분야 전망은 어떤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핵심으로 원하는 설계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나오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다. 진입장벽은 높지만, 수요자 맞춤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제조공정이나 이용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기술이전 및 사업화가 활발하다.

▲아날로그 IP는 기업 하나가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하기는 어려운 영역이다. 높은 수준의 전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학 연구소 역할이 중요하다. 이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이 계속 나와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인재양성 방안이 있나.

▲중소·중견기업의 연구원이 센터에 와서 일하면서 동시에 교육도 받는 산학협동모델을 하고 있다. 이런 모델이 확산되고 정부 지원이 늘면 대학과 기업 모두 발전할 수 있다. 결국 중소·중견기업에 인재가 가야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