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줄탁동시

[프리즘]줄탁동시

닭이 알을 깔 때 알속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기 위해 쪼는 것이 줄(〃)이다. 이때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줄탁동시는 이 두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스승과 제지가 될 연분이 무르익음을 비유할 때 사용한다.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상생이나 화합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교육 분야에선 자기 노력도 필요하지만 좋은 스승의 도움을 적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초·중·고교생에 대한 소프트웨어(SW) 조기교육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와 SW산업·교육계가 최근 초·중·고 교육과정에 SW 산업의 중요성과 개발내용을 반영하려는 의지다. 입시제도에도 이를 반영하는 검토까지 진행 중이다. SW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선진 IT 강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SW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교육 효과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부와 SW 산업·교육계는 SW 교육이 차세대 국가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반면에 SW 교육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충분한 준비 없이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 또 다른 과목을 하나 더 만들어 학생을 힘들게 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SW 교육에 앞서 기초학문에 대한 탄탄한 교육부터 제대로 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기에 수업시간을 줄이지 않기 위한 과목별 교사와 이해관계자의 입김도 강하다.

학생들은 어떨까. 초·중·고생 대부분 스마트폰, 컴퓨터와 친숙한 세대다. 일부 학생은 SW 개발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교과 과정에서 SW를 공부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I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관련 분야 수업은 적다. 원하는 학생이 수월하게 SW를 교육받는 환경을 제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SW 공부를 원하는 학생들을 알고 적기에 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SW 교육의 줄탁동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