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도기간 6개월···`마이핀` 딜레마에 빠진 방송·통신 업계

사업자가 개인의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7일 본격 시행되면서 방송·통신 업계가 ‘마이핀(My-pin) 딜레마’에 빠졌다. 미납요금 등 채권 추심을 위해서는 강력한 본인 인증 수단이 필요하지만 안전행정부가 지난 7월 선보인 마이핀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당분간 주민번호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각 방송·통신사업자는 최근 개인 주민번호를 대체해 생년월일, 계좌번호 등을 가입자 정보와 연동하는 내부 시스템 구축에 속속 나서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기존 본인인증 수단으로 활용했던 신규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된 것은 물론이고 기존 수집한 주민번호 데이터베이스(DB)도 파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주민번호 수집이 원칙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요금 자동이체에 관한 사항은 금융결제원 등 금융기관에서 가입자 생년월일과 계좌번호를 조합해 주민번호 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조치됐다”며 “6개월에 걸친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2월 6일까지 내부 연동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체마다 안행부가 제시한 마이핀 도입에는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마이핀 대중화와 연계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채권 추심을 비롯해 복지할인, 명의도용방지, 신용정보 조회 등 신규 가입 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주민번호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업체와 가입자가 모두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이핀은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13자리 무작위 번호로 구성한 본인 인증 수단이다. 온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기존 아이핀(I-pin)과 달리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되면서 채권 추심 시 가입자 주소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마이핀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고, 생년월일로는 실제 주소를 확인할 수 없어 향후 서비스 혼선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각 사업자의 채권 추심과 관련해 가입자 생년월일, 성명, 기존 주소를 제출하면 지역 주민센터(동사무소)에서 해당 가입자의 신 주소(도로명 주소)를 알려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안행부가 주민번호 수집을 전면 금지하면서 (채권 추심) 대책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사업자는 안행부가 제시한 방안에 회의적 반응이다. 기존보다 주소지 확인 절차가 복잡해진 것은 물론이고 각 지역 주민센터에도 별도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핀이 등장했지만 채권 추심에 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업무를 일시적으로 멈춘 상황”이라며 “정부, 채권추심사, 유관사업자가 지속적으로 협의해 계도기간 내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수단과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