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8>새 기술 도입, 천천히 하세요

[이강태의 IT경영 한수]<8>새 기술 도입, 천천히 하세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선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기울기와 속도는 다르지만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 없다.

조금 엉뚱하기는 하지만 IT 변천사를 의복 유행에 빗대 설명해보겠다. 남자 넥타이가 넓어졌다 좁아졌다가 하는 것처럼 IT도 그렇게 변해 왔다. 패션쇼에서는 파격적인 의상이 선보이기는 하지만 유행의 대부분은 지금 입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재질과 색상과 디자인은 변하지만 의복의 기본인 가릴 데 가리고 추위와 더위 막아주고, 움직이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는 기능은 유사 이래 변한 게 없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는가?

IT도 무수히 많은 이름으로 변화해 왔다. 대부분 영어 약어로 소개되다 보니 우리나라 IT 담당자나 경영자들은 그 개념조차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 거의 2~3년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IT 담당자들을 괴롭혀 왔다. 물론 신기술이 개발돼 그전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CIO 입장에서 첨단 IT를 도입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하자니 효과가 얼마나 날지 모르겠고, 신기술이라 리스크까지 있으니 진퇴양난이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컨설팅 회사나 IT벤더들로서는 한 업체가 도입을 하게 되면 다른 업체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당신은 업계에서 퍼스트 펭귄이 되셔야 합니다”고 부추긴다. 문제는 퍼스트 펭귄이 제일 잘 먹고 잘살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신약 임상 실험에 마루타로 참여하라는 격이다.

누차 얘기했지만 새로운 혁신, 아니 통상적인 업무 개선에서도 IT가 지원되지 않으면 새로운 프로세스는 정착시킬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프로세스를 IT로 구현하는 데에는 반드시 신기술 도입 문제가 대두하게 된다. 기왕이면 연비 좋은 차량을 사고 싶은 것과 같다. 신기술이 연비 측면에서는 항상 앞서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대세라고 하는 기술들을 잠깐 살펴보자.

클라우드, 빅데이터, 3D프린팅, IoT(Internet of Things)가 언론에서 다루는 신기술들이다.

먼저 클라우드를 보자. EDPS(Electronic Data Processing System) 시절부터 데이터의 처리를 중앙에 집중시킬 것인지, 분산시킬 것인지의 고민은 시계추처럼 오가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클라우드도 이제는 데이터 처리를 중앙에서 하되, 내부 서버에서 관리할 것인지, 외부 서버에서 관리할 것인지의 차이일 뿐이다. 같은 이치로 단말도 처음에는 터미널 역할만 하다가 조금 지나서는 워크스테이션이라고 했다가, 클라이언트라고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제는 VDI(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 때문에 신(Thin) PC를 쓰라고 한다. 25년 전의 터미널로 돌아간 것이다. 성능과 디자인은 전혀 다르지만 콘셉트 측면에서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빅데이터도 그동안 데이터웨어하우스(DW), 데이터마트(DM), 고객관계관리(CRM), 온라인분석처리(OLAP), SQL 등의 이름으로 발전해 왔다. 컨설턴트들은 이게 다 접근방법과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주장할 것이다. IT 관점에서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데이터를 분석해서 정보화하고 지식화하려는 경영상의 관점에서 보면 동일하다. 이름이 뭐든 간에 기업이 고객DB와 상품DB 정보를 경쟁자보다 더 빨리 분석하고 더 빨리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려는 노력의 크기가 다를 뿐이다.

IoT도 앞으로 자주 등장할 것이다. IT 발전 방향은 M2M(Machine to Machine)을 거쳐 IoT로 발전될 것이다.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통제될 것이다. 3D 프린팅이 보급되면서 집중돼 있던 제조기능이 소규모 집단이나 개인으로 분산될 것이다. 이른바 개인이 DIY(Do It Yourself)하는 방식에서 MIY(Make it Yourself)로 발전하게 된다. 한마디로 수많은 생산자가 등장한다는 뜻이다. 멋진 개념이고 또 세상이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이제 CIO는 이런 신기술을 언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새로운 영어 약자를 잘 모르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언론에서나 인터넷, 세미나에서 공부는 해야 한다. 그러고 난 뒤 새로운 의류가 멋은 있는데 입으면 불편하거나 항상 드라이클리닝만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경영상의 효과와 이익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경영에 도움이 된다면 하고, 안 되면 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유명 자동차 회사 사장이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차를 살 때는 새 모델이 나오고 6개월쯤 지나서 사십시오.” 이유는 제조업체가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기는 하지만, 막상 실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한 6개월 정도면 리콜도 하고 스스로 개선도 해서 어느 정도 문제를 잡기 때문이란다. IT도 그렇다. 초조하게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