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IoT 표준전쟁 시작...LGU+, 홈네트워크 IoT 통신규격 `Z-웨이브` 쓴다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용 무선통신 프로토콜 표준을 먼저 확정하면서 IoT시장 선점을 위한 통신업계의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아이리버 인수 후 직접 제조사를 거느리면서 다양한 무선통신 규격을 검토하고 있는 SK텔레콤과 IoT 시장 전략을 수립 중인 KT의 반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3사가 각기 다른 표준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 불편이 우려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최근 ‘Z-웨이브’를 홈네트워크 IoT 기기간 연결 규격으로 채택했다. Z-웨이브는 글로벌 6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Z웨이브연합체’가 개발한 사물간통신(M2M) 규격으로, 지그비(Zigbee),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기존 무선통신 표준의 강력한 경쟁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Z웨이브는 지그비보다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블루투스와 달리 다 대 다 연결이 가능하다”며 “글로벌 대기업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Z-웨이브연합체에는 LG전자, 보쉬, 하니웰 등은 물론이고 버라이즌 등 이통사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발빠르게 무선통신 규격을 채택하고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IoT 시대로 진화하는 산업 변혁기에 경쟁사를 따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련 센서·기기 협력업체를 조기 발굴해 생태계를 구축하면 통신 판도를 뒤엎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응하는 SK텔레콤은 롱텀에벌루션(LTE) 망의 점유율을 그대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블루투스나 지그비 대신 LTE 망을 이용하는 스마트폰으로 리모컨 등 다양한 기능 구현이 가능하고 이미 구축된 망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외에도 IoT 관련 표준화 단체 10여곳에 모두 참여하면서 상황 급변에 대비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주도 기술이 되더라도 대응 가능한 체제를 갖춘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 10개 주요 이통사와 ‘브릿지 M2M 얼라이언스(BMA)’를 출범하는 한편 최대 사물인터넷 국제기구 원(One)M2M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원M2M은 다양한 기술 규격들을 망라하는 연동 플랫폼 개발 기구다. 국내에서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이통 3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통합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고 성공 여부가 불확실해 당분간은 각 규격간 경쟁체제가 될 수밖에 없다.

KT는 IoT 시장 성장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 중이다. KT 관계자는 “아직까지 IoT 서비스나 시장이 초기 단계라 특정 프로토콜 기반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은 없다”며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계가 각자 다른 IoT 무선통신 규격 전략을 펴면서 IoT 시장에서 서로 다른 규격의 플랫폼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자 영역을 넓히려는 이동통신업계와 전자제품,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업종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사마다 다른 기기를 구입해야 하거나 홈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선택권이 제한될 것으로 우려된다. iOS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가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하기 전까지 국내 이동통신사는 각기 다른 플랫폼을 사용했다. 단말기 간 유심 이동도 불가능했다. 삼성전자 TV와 LG전자 냉장고 간 연동이 되지 않는 등 가정 내 허브 역할을 하는 셋톱박스나 TV와 타사 전자제품 간 연동도 어렵다.

김대중 TTA 전파방송부장은 “지그비, 블루투스, Z-웨이브, 웨이트레스, 인스테온 등 다양한 무선통신 프로토콜이 공존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며 “원M2M이 성공할 경우 통합이 가능하지만 안 되면 이 규격들 중 시장을 지배하는 표준이 나오게 되기 전까지는 기기 간 연동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이통사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업계도 서로 눈치를 보는 중”이라며 “여러 규격이 기업 간 합종연횡을 통해 차츰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