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안전통신망 전문가 좌담] "재난망 국가 책무…민관 공조로 조속 구축을"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기술로 롱텀에벌루션(LTE)을 선정했지만 구축 방식과 비용 등을 두고 여전히 잡음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추진할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행부는 ISP 사업을 통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사업 예산을 도출해야 한다. 상용망을 보충적으로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적용해야 할지 범위도 정해야 한다. 재난망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존 망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재난망 사업에는 가능한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철도, 해양 분야와 효과적인 망 통합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10월 이전에 700㎒ 대역 20㎒ 폭을 할당받아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전자신문은 지난 19일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지금까지 나온 논란을 짚어보고 성공적인 재난망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재난망은 국가가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수단이기 때문에 민관 공조를 통해 조속히 구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전략국장

△권경인 에릭슨LG 상무

△김남 충북대학교 교수

△박진효 SK텔레콤 상무

△심진홍 안전행정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기획단장

△이선우 KT 상무

△조원철 연세대학교 교수(가나다 순)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정보방송과학부 부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부장)=세월호 사건으로 재난망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과연 재난망이 왜 필요한지를 먼저 짚어봤으면 한다.

◇김남 충북대 교수=예산이나 구축 방식이 논란인데 정작 가장 중요한 필요성에 대해선 잘 모른다. 삼풍백화점 사태 이후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난 관련 기관 사이에 통신 단절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 서로 다른 주파수와 통신방식, 단말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은 통합망을 설치해서 같이 쓰는 것인데 이게 바로 재난망이다.

재난망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0여년간 사업이 표류한 것은 기술이나 예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가 없어서였다. 의지만 있다면 지금 불거지는 논란을 잠재우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전략국장=국가의 기본 책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대구지하철 사고 당시 기관 간 협업이 안 돼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이 수많은 생명을 잃었다. 국가가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다.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재난망 같은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심진홍 안전행정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기획단장=소방과 경찰에서 UHF, VHF를 쓰는데 기관 간에 통신이 안 된다. 소방 상황실에 연락이 가면 여기서 다시 유선으로 경찰이나 기타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식이다. 골든타임을 지키기에는 치명적이다. 서울 경기는 테트라가 깔려서 그나마 공조가 되지만 그 밖에는 상호 공조를 위한 통일망이 필요하다.

◇사회=자가망과 상용망에 대한 논란이 많다. 왜 자가망을 채택해야 하는지, 상용망을 사용하면 안 되는지 구축 방식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조원철 연세대 교수=신규 시스템과 기존 시스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가 자가망과 상용망 선택 시 고려사항이다. 자가망이 상용망과 연결되면 일반 시민들도 재난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정보제공자이자 정보이용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찰과 소방에서 쓰는 TRS 망이 연계되는 것도 필요하다.

◇박진효 SK텔레콤 상무=재난망은 특수목적을 위한 통신망이기 때문에 반드시 갖춰야 하는 기능이 있다. 또 재난이 발생하면 여러 기관에서 트래픽이 폭주하는데 상용망으로는 이를 처리하기가 불가능하다. 골든타임 때 제대로 작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가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산이 허락하는 한에서 자가망을 쓰되 지하나 실내 등에는 상용망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이선우 KT 상무=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가망 기반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재난 발생 시에는 군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이 모이는데 각 기관의 보안과 특수성을 유지하려면 자가망이 효율적이다. 한정적인 재원으로 어디부터 자가망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이슈 거리다.

◇사회=자가망과 상용망의 비용 비교는 어떠한가.

◇권경인 에릭슨LG 상무=상용망을 쓰면 비용이 줄어든다는 주장이 있는데 재난망을 10년 사용하면 운영비가 구축비보다 더 많이 든다. 현재 나오고 있는 자가망과 상용망 비용 논란은 단순히 구축비에만 한정돼 있다. 운영비까지 감안하면 자가망과 상용망은 비용상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자가망으로 가야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사회=통신사가 LTE망을 설치하는데 4조~5조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가망 구축에 2조원이 든다는 것은 비용을 너무 축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주=예산은 자가망에 상용망을 어느 정도나 혼합해 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업체들이 제안한 제안서 범위가 커서 미래부에서도 구체적인 예산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제 안행부에서 ISP를 진행하면 정확한 예산이 나올 것이다. 미국도 예산 절감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

중요한 것은 돈 얘기로 국민 생명을 저울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예비타당성 조사 때 국민 한 명의 생명은 얼마 식으로 계산을 했는데 이런 접근 방식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에 지나치게 비용을 따지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사회=이제 모든 공은 안행부로 넘어갔다. 안행부가 연말까지 추진한 ISP에 꼭 담아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심진홍=현재 ISP 추진 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크게 3가지 요구사항을 담을 계획이다. 우선 현황을 조사해 요구사항에 따라 재난망의 목표와 범위를 설정할 것이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야 예산 문제가 해결된다. 둘째는 망 설계와 운영 체계, 마지막으로 향후 운영을 어디가 담당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이외에 활용 방안도 수립한다. 멀티미디어 기능이 생기기 때문에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BPR)가 필요하고 표준 운영절차도 손봐야 한다. 인프라가 깔려 있어도 협업을 위해선 계속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활용이 잘 될 수 있는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사회=경찰과 소방 장비 노후화가 심각하다. 2017년까지 재난이 발생하면 대안은 있는가. 또 2017년까지 표준을 준수한 단말기가 나오기 어려워 보이는데 보완할 방법은 무엇인가.

◇강성주=2017년 상반기면 표준 단말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때까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했다. 미국에는 이미 멀티모드 단말기가 나와 왔다. 콜로라도에서는 UHF나 VHF, LTE를 동시에 지원하는 단말기가 있다. 문제는 가격인데 일반 단말기보다 조금 비쌀 것이다.

재난망이 다 구축될 때까지 현재 쓰고 있는 단말기는 당분간 사용해야 한다. 표준 단말이 나와도 한꺼번에 20만대가 보급되지는 않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간 시간을 두고 서서히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퀄컴이 이를 위한 칩을 만들어 주느냐다. 한국의 20만대는 별 게 아니지만 미국에 수백만명 사용자가 있고 캐나다도 곧 LTE 재난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영국도 2016년엔 LTE로 전환한다고 한다. 결국 시장이 커지면 퀄컴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용화 스케줄은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남=공공안전 LTE(PS-LTE)는 표준 이슈가 있다. 단말기가 빨리 나와야 2017년인데 그 사이에 대안이 필요하다. 모든 장비는 내구연한이 있기 때문에 전국망이 깔릴 때까지 3년에서 5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복합 단말기를 쓸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TRS 듀얼 단말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 TRS에서 LTE로 마이그레이션은 안행부의 몫이다.

◇사회=기존에 설치된 망은 걷어내야 할지 재사용해야 하는지 논의해 달라.

◇권경인=현재 이슈가 되는 것은 직접통화(D2D)다. 퀄컴이 올해 MWC에서 관련 데모를 한 것을 보면 충분히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표준 단말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존 TRS 자원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LTE 재난망이 구축되면 TRS와 연동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산 측면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사람 생명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안정화 때까지 기존 시스템 활용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700㎒ 주파수 확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성주=모든 사람이 재난망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뒤에서는 다른 얘기를 한다. 하지만 과연 무엇이 먼저인지를 생각해 보면 토를 달아서는 안 된다. 우선 재난망에 700㎒ 대역 20㎒ 폭을 할당하고 그 다음에 다른 분야 할당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은 2년 전 법으로 할당을 했고 캐나다도 할당할 계획이다. 지하 구간을 생각하면 700㎒ 외에는 답이 없다.

◇권경인=이 부분은 국민투표도 어렵고 여론 조사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생각해봤으면 한다.

◇사회=마지막으로 마무리 발언 부탁한다.

◇박진효=재난망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ISP 수립 시 기술 방식 등이 세부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특정 제조사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한 사업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 ICT 생태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남=주파수가 결정되지 않으면 사업 진도가 나갈 수 없다. 재난망에 700㎒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공이 안행부로 넘어갔기 때문에 구체적 계획을 세워서 추진해주길 당부한다.

◇조원철=재난망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통신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국민이 재난 정보를 제공하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권경인=D2D 등 표준 이슈가 거론됐을 때 국내에서 먼저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길게 보면 우리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위험이 존재한다. 글로벌 표준에 입각해서 국내 업체들이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물 안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진출도 유도해야 한다.

◇심진홍=ISP 추진 초기인데 쟁점이 아직 많다.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시켜 최대한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선우=망은 항상 유선과 무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를 심도 있게 고민하면 같은 비용으로 큰 효과가 나올 것이다.

◇강성주=이번 좌담회가 논란을 정리하고 2라운드로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 논란이 되는 사항들은 우리가 이미 검토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제는 좀 더 발전되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2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주파수 할당이다.

졸속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미래부 태스크포스(TF)는 두 달 간 주어진 조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앞으로도 안행부 사업을 지원할 것이다.

끝으로 이 사업은 국가가 국민에게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면 모든 것에 최우선해야 한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회=말씀 잘 들었다. 남은 과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일정에 차질 없이 재난망 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 오늘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정리=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