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마트그리드 확산과 보안은 함께 가야한다

[ET단상]스마트그리드 확산과 보안은 함께 가야한다

지난 2011년 순환정전이라는 국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이후로 최근까지 우리는 전력 수급에 불안감을 갖고 매년 지내왔다. 올여름은 전력 예비전력이 550만㎾ 정도로 전력수급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향후 오래된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는 시점이 오면 전력 수급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력 수급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스마트그리드 기술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기술과 ICT를 융합해 지능적으로 전력망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를 바탕으로 순환정전을 발생시키는 원인인 전력최대 수요량을 줄일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

스마트그리드는 경기부양에도 효과가 높은 산업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스마트그리드 경제분석보고서(Smart Grid Economic Impact Report)에 의하면, 미국은 스마트그리드를 위해 30억달러를 투자해 최소 68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누렸다. 이것은 미국의 다른 투자 프로그램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는 경기부양에 미국처럼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포함하면 그 효과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는 기후변화 대응에 최적화된 기술이기도 하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화로 신규발전소 건설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이러한 안정적인 전력 운용, 효율적 경기부양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정부는 지난 4년간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거쳐 본격적인 스마트그리드 보급을 위한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을 2015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는 ICT를 아용한다. ICT가 갖고 있는 사이버 보안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과거 폐쇄적인 전력망 구조에서 개방된 구조로 변화하기 때문에 해킹을 통한 교란행위, 데이터 위·변조, 기능마비,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등과 같은 잠재적 보안위협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20, 6·25 사이버테러를 거치며 사회적 혼란을 겪었는데 이런 혼란이 스마트그리드 환경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IT 시스템과는 다르게 더 많은 기기를 사용한다. 이러한 기기는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곳에 설치돼 있어서 사이버 보안에 취약하다. 특히 이 기기들은 전력을 생산하고, 운영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서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면 전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겨 사회적·경제적 피해가 매우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공격은 개인이나 기업의 생산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으며, 만일 사이버공간의 공격도구로 사용된다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스마트그리드는 반드시 사이버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 사이버 보안대책을 반영할 수 있다. 또 통신망을 관리하는 주체가 명확해 관리가 용이하므로 기존 IT 시스템에 비해 매우 효율적으로 사이버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보안을 등한시해 사이버 보안에 허점이 생긴다면 나중에 더 많은 비용을 들여 고쳐야 하는 수고를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기후변화대응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위해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을 추진한다고 공표했다.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전력 재판매 사업 허용 등 국가 전력산업 재편의 의미도 갖게 되므로 그 결과에 따라 향후 국가 전력산업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효율화, 경기부양, 기후변화대응 신산업 창출을 위해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하며, ICT 사용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사이버 테러에 대비해 사이버 보안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오희국 한국정보보호학회장 hkoh@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