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개방 정책, 득보다 실이 컸다

국산차의 유럽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추진했던 2005년 디젤차 시장 개방 정책이 의도와 달리 유럽 중심 수입차에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여파로 지난해까지 수입차 시장은 다섯 배나 커진 반면에 현대·기아차 유럽 판매량은 두 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다.

20일 관련 통계에 따르면 디젤차 시장을 개방한 2005년 3만대에 불과했던 연간 수입차 시장 규모는 8년 만인 지난해 15만6000대로 다섯 배 이상 급성장했다. 수입차의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3.2%에서 12.1%로 치솟았다.

2005년 4.1%였던 수입차 시장 디젤차 점유율은 이듬해 10.7%로 늘어난 이후 지난해 62%로 급증했다. 지난해 유럽제조사 점유율 합계는 78.5%로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업체들이 수입차 시장을 장악했다. 이들 업체는 특히 디젤차 기술에 강점이 있다.

반면에 현대차가 디젤차를 처음으로 유럽에 수출한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현대·기아차 연간 유럽 판매량은 28만7000대에서 67만9000대로 약 2.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장점유율은 2%에서 5.9%로 상승했다.

시장 진출 기간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성장한 속도보다 수입차가 국내에서 성장한 속도가 훨씬 가팔랐다.

정부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강한 규제정책으로 디젤차 판매를 막아오다 국산차의 유럽 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 2005년 국내에서도 세단을 포함한 디젤차 판매를 전면 허용했다. 그러나 연비 등 디젤엔진 기술력이 뒤지면서 안방 시장을 유럽 업체에 내주게 됐다. 결과적으로 디젤차 시장 개방에 따른 과실을 수입차가 독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