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재난망, 자가망 중심 상용망 보완 하이브리드망으로 가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은 자가망 중심으로 구축하되 상용망을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재난망 구축이 완료되고 안정화될 때까지 기존 망을 업그레이드해서 활용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자신문이 지난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전문가 좌담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보안과 트래픽 폭주 대처, 재난이라는 특수목적을 고려해 재난망은 자가망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효 SK텔레콤 상무는 “교황이 방한했을 때처럼 이벤트가 생기면 한시적으로 통신망을 증설해 사용하는데 상용망으로는 급증하는 트래픽 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재난망 역시 365일 사용하지만 재난 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게 존재 이유이므로 반드시 자가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예산이 허락하는 한에서 자가망을 구축하되 지하와 건물 내부까지 모두 자가망을 구축하긴 힘들기 때문에 상용망을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와 건물 내에 이미 구축돼 있는 이동통신사의 롱텀에벌루션(LTE) 인프라를 활용해 구축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경인 에릭슨LG 상무는 “자가망이나 상용망이나 구축비용만 따지지 말고 운영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며 “운영비까지 감안하면 자가망과 상용망은 비용상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전행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 조만간 재난망 구축을 위한 정보전략계획(ISP) 수립에 착수한다. ISP를 활용해 재난망의 규모와 상용망 활용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구축 방식과 상용망 사용 정도에 따라 사업 예산도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2017년 사업이 완료되고 안정화될 때까지 과도기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경찰과 소방에서 사용하는 기존 주파수공용통신(TRS) 단말기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3년을 쓰기 위해 신규 장비를 도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현재 망과 시스템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권경인 에릭슨LG 상무는 “사람 생명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신규 재난망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존 시스템 활용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며 “기존 TRS 자원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조해줘야 하고 재난망 설치 후에는 서로 연동돼 백업망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망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데 여전히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려는 시각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전략국장은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와 세월호 사태에서 경찰이나 구조대원의 통신이 단절돼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고 이를 위해 재난망 같은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