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육성하겠다던 ‘모태펀드’ 창투사, 해외 투기성 자본에 기업매각?

중소기업 육성하겠다던 ‘모태펀드’ 창투사, 해외 투기성 자본에 기업매각?

모태펀드는 중소기업청이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해 창투사가 운용하는 펀드로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대기업 투자에 편중하는 등 수익과 회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작 육성시켜야 할 중소기업을 오히려 ‘모태펀드’ 운용 창투사들이 앞장서, 해외 투기성 자본에 매각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회사는 ‘블루사이드(대표이사 김세정)’이다. 이 회사는 대한민국 1세대 게임개발사로써는 드물게 PC 및 온라인게임, 콘솔기기용 다수의 게임 타이틀을 개발한바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사 XBOX용 소프트웨어 시리즈인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와 ‘N3’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세계적으로 개발력을 인정받은 벤처 게임개발사이다.

최근 5년간 블루사이드는 약 500억을 들여 블록버스터 PC온라인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2’를 개발 중에 있으며, 한국 및 일본(퍼블리셔: NHN)을 시작으로, 중국(퍼블리셔: 창유)과 동남아(퍼블리셔: 리드호프) 판권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이 게임은 또 E3와 도쿄게임쇼 등에서 화제작으로 주목받으며 현재 유럽 및 북미 지역으로의 진출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금년 4월부터 JP모건 산하의 JP GSOG(금년 4월경 KKR로 인수됨, 이하 ‘JP-KKR’)로부터의 투자 제안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당초 ‘JP-KKR’은 블루사이드에 1700억 상당의 순수투자를 제안 했다. 블루사이드측은 이후 ‘JP-KKR’이 수차례 투자 금액의 번복 과정을 거쳐, 일방적으로 인수 합병, 즉 적대적 M&A 의사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블루사이드측은 ‘JP-KKR’이 이러한 제안 조건의 일방적인 변경 프로세스를 통해, 신주발행에 의한 67% 지분율 잠식 및 창립 경영진의 사퇴를 조건으로 하는 비상식적 요구에 대표이사는 ‘더 이상의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사실상 대화가 중단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창투사 3사, ‘다른 대안 있으면 무리한 투자 받을 이유 없어’

그러나, 투자를 배경으로 사외이사에 등재돼 있는 창투사 3사(케이넷투자파트너스, 아주아이비투자주식회사,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는, 감사로 부터의 문제성 지적과 기존주주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현 경영진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측은 본적도 없는 최종 계약조건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강행해 해당 투자에 대해 승인, 즉 적대적 M&A를 진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블루사이드측의 주장에 대해 창투사 3사는 공통으로 ‘다른 대안이 있으면 대표이사 교체까지 요구하는 무리한 투자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블루사이드의 주장은 다르다. 블루사이드 김세정 대표는 “이와 같은 적대적 M&A는, 창립이념과 개발사의 아이덴티를 훼손하고 나아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독자적 게임 개발 엔진, 즉 원천기술의 해외 유출을 낳을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최선을 다해 자구책을 마련했고, 이를 이들 창투사에게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육성하겠다던 ‘모태펀드’ 창투사, 해외 투기성 자본에 기업매각?

뒷짐만 지고 있는 중소기업청, 지속적 관리·감독에 의문(?)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사측의 이같은 자구책을 검토 하거나 추가적인 지원 노력 없이, 이들 창투사는 승인을 위한 이사회 개최만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최종 이사회 소집 요구 안건으로 대표이사 해임까지 상정하고 나섰다. 취재과정에서 부채가 300억에 이르렀기에, 대규모 투자를 받지 않고서는 회사의 사정이 매우 위험하다는 창투사측의 반박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세정 대표는 “5년이 넘는 개발기간으로 인해, 직원의 임금이 일시 지급되지 못하는 등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던 적이 있었음은 사실이나, 앞서 말한 판권계약의 체결금 및 추가 투자를 유치해 현재까지 임금 지불은 물론, 체불된 임금도 나누어 성실히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부채라 주장하는 300억은 위에서 말한 판권계약의 선수금으로써 입금 받은 110억 및 주식으로의 전환을 협의 중에 있는 전환사채 130억을 포함하고 있어서, 실제적인 단기상환을 필요로 하는 채무는 20~30억 내외 수준으로 확인됐다. 즉, 게임이 완성이 되기도 전에 확보해 실적으로 인식해야 할 판권계약금도 모두 회계상 기준에 의거 부채로 둔갑시켜 부실한 회사로 부각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외국계 투자회사 적대적 M&A 시도 막아

실력 있는 국내 중소기업에 외국계인 ‘JP-KKR’의 자금이 적대적 M&A 성격으로 들어오려 하는 것을 막은 백기사는 국내 투자 회사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이다. 이번에 블루사이드에 200억 규모의 투자를 확정한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측은 국내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본래의 모태 펀드 취지와 달리 외국계 회사의 적대적 M&A를 도우려 하고 있는 모태펀드 운용 국내 일부 창투사들의 횡포에 맞서는 한편, 주주총회를 통한 과반 우호지분의 의사표명을 통해, 외국계 회사의 이같은 부당한 인수시도에 강력히 맞서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같은 상황에 대해 모태펀드를 관리, 지도해야 하는 중소기업청(벤처투자과)은 창투사들과 동일한 이유를 설명하며 “부채가 너무 커서 대규모 투자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시장논리에 대해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청이 개입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사측의 자구책에 대해서는) 대표이사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아 확인이 되지 않는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창조경제를 외치며 힘을 더하게 된 ‘모태펀드’의 취지가, 중소기업의 육성과 진흥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수익성과 투자금 회수에 편향된 이같은 외국계 회사의 적대적 M&A 투기자본의 침투에는 보다 정밀한 관리 감독으로 필터링 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라이프팀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