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단말기 적합성평가 비용 천정부지에 중기 진출 `난관`

휴대폰·사물인터넷(IoT) 관련 기기 적합성평가 시험 비용이 많게는 6억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비용 장벽 때문에 중소기업이 진입하기 힘든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지원해야 하는 기기와 주파수 대역이 늘어나고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인증 비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 출시되는 IoT·휴대폰 단말기 적합성 시험 비용은 간단한 무선 IoT 기기는 8000여만원, 최신 휴대폰 프리미엄 단말기는 6억원을 상회한다.

국립전파연구원의 인증비는 16만5000원이지만 인증을 받기까지 거쳐야 할 시험항목이 추가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무선기기는 온·습도, 전압, 전파강도 등을 측정하고 전자파 관련 전자적합성(EMC), 전자파 간섭(EMI) 등이 추가된다. EMC 측정 비용은 수백만원대다. 몸에서 반경 2㎝ 이내에 밀착해 사용하는 기기는 인체흡수율(SAR)을 별도로 시험한다. SAR 측정 비용만 4000만원가량이다.

가장 비싼 건 무선주파수(RF)와 프로토콜 시험이다. 단말기 한 모델당 평균 3억~5억원이다. 특히 이동통신 단말기는 2세대(2G)·3G·4G를 모두 지원하는데다 최근 롱텀에벌루션(LTE) 주파수 대역을 여러개 묶는 캐리어어그리게이션(CA) 기술이 도입되면서 비용은 더 많아졌다. 정부가 이통사 간 음성LTE(VoLTE) 유심 이동을 위해 단말기 연동을 하면서 단말기 한 대가 지원하는 주파수 채널이 10여개에 달한다.

정부는 시험 기관을 다수(41곳) 지정해 서로 경쟁하면서 측정 비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업계는 협업체제로 운영돼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한 시험기관 관계자는 “시험 의뢰가 오면 다른 곳에 외주(아웃소싱)를 주는 경우도 있고 특별히 가격을 낮춰 많은 물량을 가져갈만한 대형 기관도 없어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해도 3000만~4000만원이면 휴대폰 형식승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새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며 “IoT 서비스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수의 기기가 승인을 받아야 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용하는 주파수가 늘어나고 안전 기준은 점차 까다로워지고 신설되는 경우도 많아 앞으로 비용 증가 요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