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원세 vs 방세

◇원세 vs 방세

‘조화롭게 살 것인가, 소신대로 살 것인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가치관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 원만하게 세상을 사는 사람이 있는 한편, 부러질지언정 대쪽같은 소신을 지키는 사람도 있다. 동양고전 ‘역경’은 두 가지 길에 대해 둥글게 살며 입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원이신(圓而神)’과, 모난 것을 감수하며 원칙을 지키는 ‘방이지(方以知)’로 표현했다. 원이신은 ‘원세’라고도 하고 방이지는 ‘방세’라고도 한다.

[북스 클로즈업]원세 vs 방세

이 책은 고전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호걸과 한국 정치사 인물을 교차 편집해 어떤 인물이 결국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정상에 도달하는 방법과 뜻을 펼치는 전략에 대해 설명한다.

원세의 처세를 통해 황희는 태평성대를 만들고 프랭클린은 미국을 독립시켰다. 황희도 젊은 시절에는 방세의 길을 걸었다. 강직한 성품으로 자기주장을 펴며 소신을 지키려다 주변과 수없이 부딪혔다. 그는 왕권은 장남이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세종의 왕위 계승을 반대하다가 귀양까지 갔다.

예순이 넘은 황희는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었고 젊은 세종을 이해시키며 신하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임금의 개혁안이지만 신하들을 양보시켜 타협봤고, 반대로 신하들의 요구나 훈민정음 창제 반대 등에 부딪히면 인내로 설득해 한 시대를 태평성대로 만들었다.

현대 정치사로 넘어오면 외국에 유학간 인재에게 편지를 띄워 돌아오게 했던 박정희, 전두환에 대한 충성과 겸하를 잃지 않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노태우, 자신에게 온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던 김영삼, 특유의 포용력으로 인재를 모은 김대중 등 공과와 별개로 전현직 대통령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이를 통해 어떤 리더를 택해야 하고 어떤 참모가 돼야 하는지 실질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저자는 “흔히들 처세나 인맥관리를 능력없는 자들이 성공하려는 꼼수로 여기지만, 세상에서 성공하는 이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일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시 하고, 능력보다 인간관계가 더 강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성공하고 세상을 움직여왔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의 성군과 폭군, 위대한 리더들은 모두 이 같은 진리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어느 길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의 철학으로 세상을 살다가 뜻을 이루고 이름을 남긴 많은 이들이 원세와 방세 중 한 쪽에 몰려있지는 않다. 방세의 길을 가면 소신을 지킬 수 있지만 세상에 뜻을 펼칠 기회는 적어진다. 원세의 길을 가면 원만하게 성공해 큰 뜻을 펼칠 수 있지만 시류에 야합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당신은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조화롭게 살 것인가, 소신대로 살 것인가?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고전을 보고, 자신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역사를 보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은 혼란과 혼돈의 인간사를 광대하게 오가는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고 뜻을 펼칠 수 있는지 숨겨진 비밀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순훈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1만6000원.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