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1>스타트업에 경영이 필요한가?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성공한 벤처 1세대 창업자이자 우리나라 대표 엔젤 투자자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창업, 또는 사업 초기 과정에서 여러분이 겪는 고충을 친절하게 어루만져 드립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학교에서 배운 경영학 이론으로 스타트업(신생회사)을 경영하면 뭔가 맞지 않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비교해 경영학을 전공한 공동 창업자의 기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짐이 되는 사례를 자주 본다. 왜 그럴까. 스타트업에는 경영학이란 것은 필요 없고 단지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열심을 다하는 이들만 있으면 되는 것인가.

21년간 창업을 경험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스티브 블랭크 교수는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작은 모형이 아니다(Startup is not just a smaller version of larger companies)”고 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영학 이론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부분 대기업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타트업에 경영 이론이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합한 경영 이론이 없었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대기업의 사업은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로 ‘어떻게 잘 실행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사업의 본질이다.

블랭크 교수는 ‘스타트업은 탐색을 위한 임시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탐색이란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과정을 말한다. 제품 개발, 창업경진대회 입상,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 검증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고객이 모이고 초기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이를 성공으로 여긴다. 진짜 사업은 이제부터인데 말이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 핵심을 먼저 시작하고 고객의 반응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등 스타트업에 적합한 방법론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스타트업 경영이론은 벤처뿐 아니라 대기업이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나 공공 및 교육 부문, 비영리 단체 등에도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 경영이론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먼저 시작했고 발전했다. 이 때문에 열심히 배워야 한다. 그러나 베끼고 번역하고 찬양하는 데 만족하고 머무르지 말자. 우리 문화와 현실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 ‘신토불이’처럼 경영도 문화와 강하게 연결돼 있다. 외국의 이론과 우리의 경험이 어우러진 우리들의 스타트업 경영학을 가르쳐야 할 때가 왔다.

우리 몸에 딱 맞는 운동복을 입고 경기하는 창업가들을 꿈꿔 본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