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변리사 소득 1위` 오보 전쟁 이제 멈춰야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올해도 어김없다.

‘변리사, 전문직 중 최고소득 1인당 5억5900만원’ ‘변호사, 의사보다 수입 높은 직종은?’

앞다퉈 쏟아낸 기사 덕분에 ‘변리사’라는 단어는 포털의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한다. 클릭수를 겨냥해 ‘변리사, 9년째 연봉왕 등극’이라는 제목도 보인다. 덕분에 몇해 전까지만 해도 변리사라고 하면 설명을 해줘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온국민이 알아본다. 하지만 이 기사는 오보다.

전광출 대한변리사회 법제이사, 변리사
전광출 대한변리사회 법제이사, 변리사

기사의 출처는 보도자료다. 올해는 박명재 의원(새누리당)이 냈다. ‘최근 9년간 부동의 소득 1위 변리사, 소득 높아도 부가가치세는 가장 적게 내’라는 제목에 ‘부가세 사후검증강화 및 조세면제제도 보완 등 제도개선 필요’라는 부제가 붙었다.

작년에는 정성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냈다. ‘소득 1위(6억원) 변리사, 부가세 실납부율은 꼴찌’에 부제는 ‘2012년보다 2.3%하락, 고소득 전문직 부가세 영세율 적용, 재정비 필요’가 붙었다.

보도자료를 내는 일은 국감철 의정활동 중 하나다. 세금 적게 내는 집단을 폭로(?)하고 탈세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일으키면서 대안도 제시하고, 일석 삼조다.

문제는 보도자료가 엉터리라는 데 있다.

첫째, ‘수입’을 ‘소득’으로 바꿔치기하고 있다. 수입은 매출에 가깝고, 소득은 매출에서 비용을 제외한 이른바 순수입이다. 수입은 1위지만 비용이 많으면 소득은 꼴찌가 될 수 있다. 변리사업은 도면, 번역, 자료조사, 사건관리, 경리 등 보조직원이 많고, 인원이 많은 만큼 사무공간이 넓어 임대료도 많이 나간다. 사무장 1인과 경리 1인 정도면 사무실을 낼 수 있는 변호사와도 다르다. 2012년 통계청자료를 보면 변리사업은 인건비만 절반이 넘는다. 이를 반영하면 6억원 수입이 3억원 아래로 떨어진다.

둘째, ‘사업장수=변리사수’로 계산하고 있다. 보도자료를 보면 올해 전체 매출 4441억원을 794명으로 나누어 1인당 5억5900만원이라고 한다. 변리사업은 창업비용이 많고 기술분야별로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특성상 여럿이 사무실을 공동으로 운영한다. 2009년 통계로 평균 4명(3.8명)이 함께 사업장을 열고 있다. 작년 개업 변리사수가 3623명이므로 실제 1인당 평균 매출은 1억3000만원 정도다.

셋째, 변리사업은 대부분의 고객이 기업이다. 세금계산서 없이 거래할 수 없다. 변리사는 무자료 거래를 요구할 만큼 사회적인 권력도 없다. 더구나 업무의 대부분이 특허출원이어서 특허청에 출원한 실적만으로도 수입이 바로 추적된다. 그만큼 매출이 그대로 신고돼 노출되는 업종이다.

이렇게 보면 1인당 매출 1억3000만원에서 인건비만 뺀다 해도 6500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를 더 계산하면 그 이하로 떨어진다. 여타 직종도 마찬가지이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난다. 전체 변리사의 10%는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이 안 된다는 통계도 있다.

넷째, 부가세 영세율제도는 전문직의 조세지원제도가 아니다. 수출매출에 부가세를 0%적용하는 것은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우리나라만 채택한 제도도 아니다. 소비지 과세원칙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다. 상호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폐지하면 상대국도 폐지하게 된다.

더구나 변리사들은 서비스를 수출하기 때문에 원자재 구매 시 부담했던 부가세를 환급받아 서비스 원가를 낮추는 제조업도 아니다. 해외업무가 많은 변리사의 부가세 납부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작년에 126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법무사와 감정평가사는 1000만원에 불과하다. 영세율 매출이 잡혔다는 말은 매출이 잡히고 소득세가 부과됐다는 뜻이다. 부가세 납부율이 세금탈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사업장당 매출1위=1인당 소득 1위’ ‘0세율 적용(수출) 1위=납부세율 꼴찌=부가세 사후검증 강화, 고소득 전문직 영세율 재정비 필요’.

이 얼마나 엉뚱한 논리인가. 잘못된 진단으로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없다. 나와서도 안 된다. 수출기업은 물론이고 국제교역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금까지 전문직의 소득세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종합소득세에 다른 소득이 포함되어 있어서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고는 항목별로 받으면서 통계를 낼 수 없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세청의 잘못된 통계, 국회의원의 비전문성 그리고 기사의 선정성이 수년간 만들어내고 있는 오보 행진, 더 이상은 되풀이되지 말았으면 한다.

전광출 대한변리사회 법제이사·변리사 kch@ip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