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구조조정, 은행은 취업문 활짝…희비 엇갈린 금융시장

그동안 수익성 악화로 신규채용을 주저했던 은행들이 하반기 최대 규모 공채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당초 예상을 깨고 견고한 실적 개선을 이룬데다 정부의 창조경제 코드에 부응하기 위해 은행권이 앞다퉈 젊은 인재 수혈에 나섰다.

반면에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 휘청이는 증권업계는 오히려 정규직 직원을 줄이고 계약직원을 늘리는 기형적 채용구조를 보이고 있어 업권별 희비가 엇갈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이 1200명 안팎의 신입행원을 선발한다.

국민은행 290명, 우리은행은 25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200명에서 최대 250명을 뽑을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200명, 하나은행은 100여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대비 채용규모는 약 200여명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한 은행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단 두 곳뿐이다. 하지만 하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공채 채용이 시작되면서 증권사 전문 인력이 되레 은행으로 몰리는 쏠림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정규직 신입행원 290명의 공채 절차를 시작했다. 상반기 채용까지 합쳐 올해 총 350여명을 뽑게 돼 전년대비 채용인력이 50% 늘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보다 50명 더 늘려 250명의 인력을 뽑는다. 우리은행은 스펙없는 인사 제도를 도입해 문턱을 낮췄다. 지원서에 어학 성적과 금융자격증란을 없앴다.

이미 상반기 1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던 신한은행은 하반기엔 최소 200명, 많으면 250명까지 채용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신한은행 역시 채용 때 지원자의 학력, 경력 등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자기소개소만을 토대로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9월 중순 경 공채 인력 200여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인력은 208명이었다. 중소기업 인턴 경험자를 우대하고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화제다. 끼와 열정있는 인재 발굴을 위해 자기PR 대회도 연다. 신청자에 한해 4분가량 자신을 PR하고 채택이 되면 채용전형에서 가산점을 준다.

대대적인 인재채용에 나서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구조조정 격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년새 정규직은 오히려 줄고, 계약직을 늘리는 왜곡된 채용 구조가 자리잡았다.

증권사 반기보고서 기준 국내 20대 증권사의 직원 수는 모두 3만여명을 웃돌았지만 정규직은 갈수록 줄고 있다. 희망퇴직과 지점 축소 등으로 정규직원의 구조조정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증권사는 계약직 인력을 큰 폭 늘리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NH농협증권, KB투자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 계약직 인력이 늘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