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선 업계 3사가 하반기 고부가 제품에 주력해 해외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각자 차별화된 전략에 나섰지만 매각 이슈에 휩싸인 대한전선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선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LS전선·대한전선·일진전기 등 3사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특수·초고압 케이블 등을 중심으로 중동 등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각사의 강점을 중심으로 고수익 제품 비중을 더 키운다는 복안이다.
전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전선 업체들은 고수익 제품군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업계에 따르면 230㎸급 이상 초고압·해저케이블의 수익성은 제품가의 10% 정도로 나선·건선 등 일반 전선보다 10배가량 높다.
업계 1위인 LS전선(대표 구자은)은 하반기 해저·해양 등 특수 케이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해저 케이블을 개선한 고압직류송전(HVDC) 해저 케이블로 전선 업계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 번에 55㎞의 해저 케이블을 연속 생산하는 대형 구조물 설계 기술도 개발한 상태다. 해양 케이블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수 전선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유럽은 물론이고 신시장인 아프리카·남미로 사업 영역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진전기(대표 허정석)는 올해 245㎸급 이상 초고압 케이블 위주로 수주 전략을 세우고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알제리 국영 전력청에서 총 112억원 규모의 400㎸급 초고압 전선 공급 계약을 맺어 물꼬를 텄다. 중전기기 사업으로는 최근 초고압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앞세우고 있다. GIS는 발전소·변전소에 설치되는 전력 설비를 보호하는 장치로, 블랙아웃 등 발생 가능한 사고를 예방한다. 중전기기는 이 회사 전체 매출액의 20%가량이다. 일진전기 관계자는 “고부가 전선으로는 싱가포르·러시아·중동 등을 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매각 진행 중인 업계 2위 대한전선(대표 강희전)도 지난해 국내 처음 상용화한 500㎸ 초고압 케이블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 400만달러 규모의 500㎸ 초고압 케이블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작년 총 매출액 중 전력·고압선은 30% 정도였지만 지난 상반기에는 초고압케이블만 매출액 대비 35%를 차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매출액은 줄었으나 132㎸ 이상 초고압 케이블 수주 증가로 수익성은 작년보다 높다”며 “계열사 구조조정도 마무리돼 하반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대한전선의 앞날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시장 전망이다. 대한전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보유한 부동산·증권 가치가 급락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후 3세 오너인 설윤석 전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우리·하나·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출자전환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매각 공고를 내고 다음달 15일까지 예비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지만 LS전선·현대중공업·금호전기 등 인수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잇따라 인수전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