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차저작권 침해 출판계만의 문제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출판 산업계에 고질적인 ‘갑-을 관계’ 청산을 위해 칼을 들었다. 노예계약에 가까운 관행에 개선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28일 전집·단행본 분야의 매출액 상위 20개 출판사가 사용하는 불공정약관 조항을 개선하도록 시정조치를 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저작물 2차적 사용권을 전부 출판사에 위임한 조항에 메스를 가한 점이다. 출판사가 일정금액만 주고 저작물의 장래 수익 등을 통째로 가져간 이른바 ‘매절’ 관행을 없앤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저작권을 둘러싼 불공정관행 개선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창작자 지위는 쉽게 개선되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힘이 약한 신인 작가나 무명작가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2차 저작권을 확보할 수 없었다. 새로 만든 전자책, DVD 또는 영화 판권을 출판사가 고스란히 소유했다.

실제 44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구름빵’의 원작자 백희나씨 손에 고작 1850만원이 쥐어졌다. 2004년 단행본으로 첫선을 보인 뒤 40만부 이상 팔렸으며,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2차 콘텐츠까지 제작된 성적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반면에 외국은 저작자 권리가 제대로 보장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은 1조원이 넘는 수입을 벌어들이지 않았던가.

정부는 이참에 출판업계뿐 아니라 방송 영화 만화 등 다른 콘텐츠 산업 분야 불공정관행 개선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방송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계에 만연한 각종 불공정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 그래야 실력 있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문화산업에 많이 진출할 수 있다.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인재는 저절로 모인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화강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여전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노예계약은 문화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암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