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용지 놓고 삼성VS현대 경쟁 본격화

서울 강남 마지막 금싸라기 땅을 차지하기 위한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쟁이 시작됐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29일 공공기관 입찰 사이트인 온비드에 서울 삼성동 본사 용지와 건물에 대해 매각 입찰 공고를 냈다. 매물로 나온 용지는 7만9341㎡로 축구장 12개에 달하는 규모다. 한전이 제시한 용지감정가는 3조3346억원, 기존 장부가인 2조원대보다 1조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용지 입찰은 경쟁 입찰로 최고가를 낸 곳이 새 주인이 된다. 입찰은 지난 30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한전의 매각공고로 매수 후보기업 간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전 용지 매입 후보자로는 그동안 삼성과 현대차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선수를 친 곳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공고가 나온 29일 바로 입장자료를 통해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현대차는 한전 용지의 상징성과 공공성에 따라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함께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무와 문화, 컨벤션이 조화를 이룬 서울시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그림이다. 여기에 연간 10만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 유치와 관광객 방문에 따른 경제적 효과 창출 등의 목표도 밝혔다.

현대차와 함께 유력후보로 거론된 삼성은 신중한 눈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검토는 하겠지만, 아직 인수 여부나 인수 주체 등 확정된 사안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업계는 2008년 삼성물산과 포스코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용지에 복합 상업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운 전력이 있는 만큼 용지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입찰경쟁 참여도 배제할 수 없다. 한때 미국 셜던 아델슨 라스베가스샌즈 회장이 서울을 방문하면서 한전 용지 매수자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한전 용지 매각과 관련 재계 큰손들의 경쟁이 예고되는 데에는, 해당 용지가 가지는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한전 용지는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금싸라기로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 최대 업무·상업지역인 테헤란로, 코엑스와 연계한 대규모 단위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성장잠재력도 상당하다.

서울시는 이미 해당 용지와 관련 컨벤션과 국제 업무 및 문화상업 시설로 조성한다는 개발계획을 밝히고 있다. 또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부지 용도를 일반 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용적률을 250%에서 80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