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밖 그물구조 조절 효소 찾았다…섬유증, 암 전이 이해 실마리

세포 밖 그물구조(세포외기질)를 조절하는 단백질 효소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그물구조가 과다 축적되는 섬유증, 그물구조 분해가 필수적인 암 전이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여창열 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 교수와 말콤 휘트먼 미국 하버드치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세포 밖 그물구조를 조절하는 단백질 티로신 인산화효소 ‘VLK’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단백질 티로신 인산화는 그물구조 축적·분해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관여하는 효소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효소는 단백질에 포함된 아미노산 중 하나인 티로신에 인산을 붙여 단백질 간 결합·활성을 조절하고 세포 활동에 관여한다. 세포 생존, 기능, 분화를 위해 끊임없이 변하는 그물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동안 인산화된 티로신을 가진 단백질은 많이 발견됐지만, 단백질을 인산화하는 효소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단백질 인산화효소가 보고된 적이 있지만 일부 세포에 한정됐고, 티로신 인산화에는 작용하지 않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생쥐의 뼈나 폐 발달에 필요한 단백질 VLK가 세포 밖으로 분비되면 그물구조와 그물구조 분해효소를 인산화한다. 사람과 생쥐 혈소판에 자극을 주자 내부에 저장된 VLK가 분비됐고, 함께 방출된 단백질의 티로신을 인산화했다.

그물구조 과다 축적·분해 과정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그물구조가 과다 축적되면 섬유증을 유발하는데 장기에 생긴 섬유증은 폐, 간, 심장, 동맥, 피부, 관절 등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암 전이와 관절염에는 그물구조 분해가 동반된다.

VLK의 생체 내 기능을 규명하고 기능 조절 물질을 연구하면 이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여 교수는 “세포외기질과 세포외 단백질 기능 조절이라는 미개척 분야 실마리를 제공했다”며 “세포외기질 형성, 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의 치료제 개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8월 29일자 최신호에 ‘주목받는 논문’으로 소개됐다.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농천진흥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