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필터없는 청소기'라고 했더라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나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그 의미와 해석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의 한 청소기 제조업체의 사례에서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바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중소형 가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4 베스트 중소형가전 콘테스트’를 열었다. 소비자 패널과 가전 상품기획책임자(MD) 등 70여명이 공고를 보고 출품한 32개 제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7월초 최우수 제품을 발표했다. 홈일렉코리아의 무선마사지기, 쿠쿠전자의 `공기청정제습기`, 청림아쿠아의 `아쿠아청소기` 등 3개가 소비자와 전문가가 뽑은 주인공이다.

얘기의 주인공은 청림아쿠아청소기(www.aquaclean.co.kr)다. 이 회사 박명덕 대표가 청소기 개발에 손을 댄 건 무려 2001년 1월부터다. `물에 젖은 먼지는 날리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용해 먼지봉투나 필터없이 미세먼지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꿈의 청소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무려 14년만에 최우수제품이 되기까지 크고 작은 부품을 교체한 것만 수백여 차례고, 모델을 크게 바꾼것도 여러차례.

전문가들이 맨 처음 내뱉은 말이 인상적이다. "이건 물필터가 아니라 무(無)필터네요!" 청소기통에 약간의 물을 고 돌리면 빨아들인 먼지가 물에 녹아 들어간다. 0.3㎛(마이크로미터,혹은 미크론, 1㎛=0.001㎜)크기의 먼지입자까지 처리 가능하며 쏟아진 물이나 깨진 달걀 같은 액체도 거침없이 빨아들인다.

▲ 아쿠아청소기는 진공청소와 물청소가 한번에 가능한 청소기다.
▲ 아쿠아청소기는 진공청소와 물청소가 한번에 가능한 청소기다.

대개 진공청소기는 필터나 먼지탱크가 있어서 사용자가 미세먼지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필터가 전혀 없는, 물을 이용한 먼지제거 청소기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먼지 걱정 없이 물에 채집한 오물을 비우고 씻어내면 그만이다. 여느 청소기처럼 조금 쓰다 보면 필터가 막혀 흡입력이 약해지는 현상도 생기지 않는다. 흡입력은 볼링공을 들어 올릴 정도로 강하며 소비전력 1100와트(W), 무게 4.5㎏, 대당 판매가격 10만원대다. 산업부는 이 청소기의 해외 수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청림아쿠아 박대표에게 "왜 필터없는 청소기라 하지 않고 물필터청소기를 고집하느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박대표는 "물도 거뜬히 빨아들이고, 걸레질을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로 대부분의 먼지가 실질적으로 물필터에 걸러지는데, 다른 청소기들의 스펙경쟁을 의식해 본체뒷부분 공기배출구에 미세먼지용 헤파필터도 달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에게 `물필터`와 `필터없는`의 어감차이를 물었다. 그 중 상당수가 "`물`이란 단어는 청소를 부담스럽게 하는 느낌이들고, `필터없는`이 훨씬 부담도 덜하고 참신하다"는 반응이다.

비슷한 시기. 해외 유명 가전업체가 국내에서 `필터없는 청소기`를 공개했다. 내용을 보니 `10년 정도는 필터관리가 필요없는 청소기`다. `날개없는 선풍기`를 만든 회사인지라 `필터없는`으로 줄인 모양이다. 필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당 100만원대인데도 잘 팔려나간다.

지난해 국내 청소기 시장 규모는 약 33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5%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창업 14년째인 청림아쿠아청소기의 시장점유율은 1%가 채 안된다. 시작부터 `필터없는 청소기`로 마케팅했다면 어떤 모습이 됐을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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