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소재부품 업계, 하반기 생존 키워드는

스마트폰 시장 충격 탓에 상반기 대다수 소재·부품 업체들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업체들이 수두룩하고, 아예 매출이 반토막난 기업도 적지 않다. 업계는 상반기 실적 부진을 하반기에 상쇄한다는 목표로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있다. 하반기 국내 소재부품 업계에는 어떤 생존 전략이 주목받고 있는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 ‘중국 스마트폰’, 위기이자 기회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은 32.4%에 이른다. 아시아 지역 시장 점유율은 무려 71.9%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 49.8%에 비해 22.1% 포인트나 더 상승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감소분이 고스란히 중국 업체로 넘어간 셈이다.

샤오미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시장 1위에 올라섰다. 화웨이·ZTE·쿨패드·TCL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내수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약진은 국내 세트 산업에 위기지만, 소재·부품 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엠씨넥스·아모텍·이노칩테크놀로지·유원컴텍 등 국내 주요 부품 업체들은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저가 스마트폰용 부품을 주로 납품했지만, 최근 들어 중국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양이 좋아지면서 고급 부품 수요가 늘어난 게 특징이다.

◇상향 평준화 스마트폰…그래도 혁신은 존재한다

최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디스플레이·카메라모듈 등 전반적인 스마트폰 하드웨어 규격이 상향 평준화됐지만 아직 혁신이 활발한 곳도 있다. 바로 플라스틱 케이스를 대체하는 메탈 소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알파 출시를 계기로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 제품에도 메탈 케이스 등 새로운 신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마그네슘·알루미늄 소재를 가공하는 KH바텍이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메라 손떨림방지(OIS), 생체인식 센서 등 새로운 기능이 확산되는 것도 또 다른 기회다. 지문인식 등 생체인식 모듈을 만드는 크루셜텍과 OIS용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 전문업체인 자화전자·아이엠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 ‘1등 선점 효과’

스마트폰 충격이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한 업체들은 매출 성장뿐 아니라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LCD용 프리즘시트 1위 기업 엘엠에스, 3D 검사장비 1위 업체 고영테크놀러지, 레이저 마커 1위 기업 이오테크닉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경쟁사보다 압도적인 기술력 덕분에 고부가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스마트폰 시장 충격 탓에 국내 소재·부품 업계에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과정이 불가피하다”며 “불황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 기업은 향후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또 한 번 큰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