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정책에는 규제보다 진흥을 앞세워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배출권거래제도를 예정대로 내년 시행하되 업계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저탄소차협력 부담금 부과를 2020년 이후로 늦췄다. 과도한 부담이 생긴다며 우려했던 산업계는 일부 실망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전경련이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걱정하지만 향후 감축률 완화를 기대한다. 자동차업계는 환영 일색이다.

정부 친환경 정책 기조는 그간 의무부터 지우는 규제 일변도였다.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는 판이라 기업들은 달갑지 않다. 당연히 반발이 나온다. 그러자 정부가 한걸음 물러났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고집했지만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업계 부담을 덜어줄 뜻을 내비쳤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배출권거래제와 병행한다면 업계 부담이 크다고 보고 시행을 연기했다. 산업계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꼭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배출권 거래제 완화는 정부가 애초 세운 목표가 전혀 현실성이 없었음을 방증한다.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도 실효성이 적음을 자인했다. 논의 초기부터 나온 산업계 우려와 지적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정부 정책, 특히 산업정책에는 규제와 진흥이 있다. 동전의 양면이다. 채찍과 당근은 잘 결합하면 정책 효과가 커진다. 다만 그 비중을 어디에 둘 것이냐를 잘 판단해야 한다. 정부 산업정책을 보면 규제부터 먼저하고 불만이 생기면 이를 완화하거나 진흥책으로 무마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니 용두사미식 정책이 많다. 친환경 정책뿐만 아니라 게임 셧다운제 역시 이런 식이다. 그 사이 산업계만 멍이 든다.

만일 거꾸로 했다면 어떠했을까. 먼저 진흥책을 펴 산업계를 따라오게 한다. 이 기회를 스스로 내치면 규제를 한다. 친환경 정책을 이렇게 했다면 과연 산업계가 지금처럼 세게 반발할 수 있었을까. 배출권거래제 역시 처음부터 현실적인 목표치를 세웠다면 속도는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정부가 일부라도 정책을 수정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규제로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태도까지 아직 바뀌지 않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