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35회

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35회

5. 암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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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흔은 황금검을 손에 잡고 있었고 그 손은 복호의 칼에 찔린 채였다. 복호의 부하들은 에첼과 오형제를 끈으로 묶어, 서로서로 줄로 엮은 채 이동하고 있었다. 한 두릅이었다. 그들은 말에 태워져 있었고 그들을 묶은 줄은 서로에게 연결된 채, 복호의 부하들이 잡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면 줄을 잡아당길 것이고 그대로 팔이든 다리든 날아갈 것이 뻔했다.

미사흔은 자신을 옥죄고 있는 이 가당치않은 폭력의 틀을 벗어나고 싶었다.

에데코는 크리사피우스 저택에 있었다. 환관이라고 하지만 그의 부의 축적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에데코는 거의 평생을 아틸라를 따라다니며 거칠고 추운 황야를 누볐고 정복지의 아무 곳에서 잠을 자며 살았다. 부와 사치란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로지 사나이들의 커다란 꿈과 이상만이 존재하는 땅이, 아틸라의 땅이었다. 극단적인 가난의 땅이기도 헸다.

그러나 크리사피우스의 부의 절대적인 위용에 압도되기도 했다. 언제든 먹을 물과 과일, 술이 넘쳐났다. 목욕도 언제든 할 수 있었다. 아틸라의 공동목욕탕과 달랐다. 크리사피우스의 관찰은 직업적인 것이었다.

“바길라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어디 발설하지 말라.”

바길라스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먹던 것을 토할 정도였다. 에데코도 마찬가지였다.

“아틸라의 목을 가져오면 지금 내가 누리는 것 보다 더 큰 부와 지위를 누리게 해주겠소.”

바길라스도 에데코도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청난 음모였다. 개인의 삶을 바꾸는 것 뿐 아니라 세상의 역사를 바꾸는 음모이기도 헸다.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도 주겠소.”

에데코는 꼼작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시간이 지났다. 바람이 방향을 바꾸었는지 머리칼이 살짝 날렸다.

“조금의 경비가 필요합니다.”

에데코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한 마디에 크리사피우스의 얼굴은 활짝 웃었다.

“얼마면 되겠소?”

“지시에 따를 사람들에게 줄 정도입니다.”

크리사피우스는 당장 자신의 부하에게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에데코, 당신은 지상 최대의 제국, 로마에서 높은 지위를 얻고 살게 될 것이오. 이제 떠돌아다니며 약탈하는 삶은 끝났소. 자, 축배를 듭시다,“

크리사피우스와 바길라스, 에데코는 축하주를 나누었다.

호노리아 공주는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지시를 받고 아틸라에게 청혼 편지를 동로마 사신에게 전달했던 시종의 처참한 시신이 눈앞에 있었다.

팔다리가 모두 잘리고 혀가 뽑혀 길게 나와 있었고 젖가슴도 음부도 도려내있었다. 눈알도 뽑혀져 있었다.

발렌티니아누스는 호노리아 공주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너를 살려두는 이유는 어머니 플라키디아 덕분인줄 알라. 너를 이렇게 죽일 수 있었으나 어머니가 말렸다. 어미의 심정임을 나는 알기에 너를 죽이지 않았다. 너는 로마를 야만인 아틸라에게 팔려고 했다. 내가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요한네스 황제를 어떻게 죽였는지 기억하고 있을텐데?”

호노리아 공주는 그저 고개를 끄덕했다.

“그의 손발을 자르고 그를 노새에 태워 원형경기장에 집어넣었다. 성난 군중들이 그를 모욕하다가 그를 갈기갈기 찢어죽이게 했었다. 마치 성난 기독교인들이 살아있는 하파티아를 조개로 썰어죽였듯이 말이다. 너도 그렇게 할 것이다. 아, 너의 시종을 잘보아라. 너의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니까.”

플라키디아 황후가 입을 열었다. 그녀 또한 누구인가? 딸 호노리아 공주가 출산한 아기까지 죽인 여자였다.

“저 의원과 결혼해야 한다.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호노리아 공주는 여전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의 등등한 기세가 꺾인 것은 아니었다.

‘내 반드시 너를 멸망케 하리라.’

호노리아 공주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똥돼지같은 의원을 보며 눈을 꾸욱 감았다.

미사흔과 복호는 다시 사막을 통과하고 있었다. 미사흔은 사막의 모래가 찌르는 것이 아픈 것이 아니었다. 에첼과 오형제들에게 씻을 수 없는 패배감을 준 것이 아팠다.

“아, 꿈인가? 그저 낙원인가? 그곳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찾을 수 없고 살 수 없는 곳인가?”

어디선가 말발굽소리가 무질서했다. 복호 일당은 일단 멈추었다. 그들은 사방을 경계했다. 누군가 암살자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갑자기 바람이 시렸다.

“주변을 살펴라.”

그때였다. 복호 일당의 한 놈이 목에 피를 뿜으며 말에서 획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그놈이 끈질기게 쥐고 있는 줄을 놓치는 바람에 서로가 엮인 줄의 균형이 무너지며 일시에 에첼과 오형제도 타협없이 무지막지 흔들렸다. 에첼과 오형제는 이 기회를 잡아 살아보려 사소하게 움직였지만 그 바램도 잠시, 복호 일당은 줄을 더욱 세게 잡아당겼다. 죽어도 놓치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그러나 위태위태했다.

순간 에첼이 자신을 엮은 줄을 끊는데 성공했다. 그녀가 홀로 몸을 일으키자마자 갑자기 그녀가 하혈을 시작했다. 그녀 자신도 놀랐다. 뜨뜻미지근한 피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타고 줄 흘렀다. 그녀가 타고 있는 말등을 타고 흘렀다. 미사흔도 놀라서 외쳤다. 범부의 외침이지만 애절했다.

“에첼.”

그녀의 얼굴은 말그대로 백지장이었다. 곧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

“에첼.”

미사흔이 발버둥을 치며 에첼에게 가려고 했다. 그러자 복호는, 자신의 뒷목을 노리고 있는 암살자의 화살은 전혀 생각지 못하고, 오형제 중 하나에게 화살을 날렸다. 오형제 중 한 아이가 뒷목에 화살을 맞고 그대로 말머리로 푹 엎어졌다.

“복호,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