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아이폰6 공개-애플, 다시 고급화 전략...안정적 시장확대에 초점

[이슈분석]아이폰6 공개-애플, 다시 고급화 전략...안정적 시장확대에 초점

애플이 9일(현지시각) 4.7인치 ‘아이폰6’와 5.5인치 ‘아이폰6플러스’를 출시하면서 다시 고급화 전략으로 선회했다. 보급형 모델 ‘아이폰5C’를 ‘아이폰5S’와 별도로 선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크기를 차별화한 프리미엄 모델만 두 종류를 내놨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스펙과 디자인 수준이어서 혁신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다소 실망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와 비슷한 콘셉트의 5.5인치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이젠 애플이 삼성을 모방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애플 주가는 이날 오히려 0.4% 떨어졌다.

◇하드웨어 최강, AP·디스플레이·카메라 업그레이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는 전면 강화유리와 후면 알루미늄 케이스가 이음새 없이 부드럽게 이어진 일체형 디자인이다. ‘아이폰3GS’ 이후 사라졌던 곡선형 디자인을 다시 채택했다.

A8 프로세서는 20나노미터(㎚) 공정을 사용했고 2억개가 넘는 트랜지스터가 집적됐다. 크기는 A7에 비해 13% 줄었지만 전력효율성은 50% 높였다고 애플 측은 설명했다. 듀얼코어를 유지하는 대신 집적도를 높여 성능·전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독자 운용체계(OS)와 최적화한 그동안의 노하우를 그대로 살렸다.

지난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4’에서 공개한 게임 개발용 기술 ‘메탈’을 이용한 상용 게임도 발표했다. 메탈은 개발자가 애플 그래픽프로세서(GPU)에 곧바로 접근해 최고의 그래픽 성능을 뽑아낼 수 있는 그래픽 개발 도구다.

M8 프로세서는 거리, 기압 측정 센서를 추가로 지원한다. 이를 이용한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앱)도 추가했다. AP와 스마트폰 시스템 설계 기술은 물론이고 독자 OS를 모두 보유한 회사로서의 강점을 십분 살렸다.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레티나 HD 디스플레이’라고 명명했다. 아이폰6는 1344×750 해상도, 326ppi(인치당 픽셀 수)를 구현했고 아이폰6플러스는 1920×1080 해상도, 401ppi다.

카메라는 후면 800만 화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두 개의 플래시를 사용하는 ‘트루톤 플래시’와 ‘포커스 픽셀’을 이용해 자동초점 기능을 향상시켰다. 노이즈를 감소시키는 기능도 추가됐다. A8 AP에 내장된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도 새로운 버전을 사용해 성능을 개선했다고 전했다. 아이폰6플러스는 광학식손떨림보정(OIS)과 별도 프로세서 M8을 이용한 자동보정 기능도 추가해 좀 더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080p 해상도, 초당 60프레임의 HD 화질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비디오 촬영 시 연속 자동초점 기능으로 화질을 개선했다. 셀프카메라를 여러장 촬영해 하나만 고를 수 있도록 전면 카메라도 손봤다.

◇혁신의 아이콘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폰6와 애플워치가 발표되자 이번에도 ‘와우’를 불러올 혁신은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발표 전 유출된 디자인이나 하드웨어 스펙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메탈 재질도 이미 적용한데다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보편화된 소재다. 혁신으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던 과거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예전만 못한 애플의 보안 문제가 새삼 부각되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인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5와 갤럭시노트4와 거의 흡사한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 삼성 히트모델을 쫓아갔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삼성전자의 스펙을 따라가면서 대화면 모델에서 안정적인 진입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는 경영전략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다만 아이폰5C 실패 이후 과감하게 스마트폰 프리미엄·보급형 이원화 전략을 폐기하고 프리미엄으로 확실한 승부수도 띄웠다는 평가다. 강도 높은 공급망관리(SCM), 수익성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중저가 시장보다는 프리미엄 시장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NFC 첫 적용, 결제 시장 진출 선언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갑을 대체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는 말로 결제 시장 진출을 알렸다. 기존 iOS 기본 탑재 앱 ‘패스북’이 각종 카드를 모아두는 기능만 했다면 이제는 직접 결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신용카드를 사진으로 찍어 패스북에 보관하고 결제 시에는 지문인식 ‘터치ID’로 승인하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다. NFC 칩도 처음 적용했다.

애플은 NFC를 적용하면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마스터·비자 등 카드사·은행과 제휴하는 한편 22만개 업체와 협력 생태계를 이미 구축했다. 스타벅스·맥도날드·그루폰 등 미국 내 대기업 대다수 및 글로벌 대기업과 손을 잡았다. 그동안 NFC를 적용한 스마트폰과 금융 결제, 유통 시장이 따로 놀았다면 애플은 이를 한데 모으는 역할을 했다.

다만 각국 법규나 상황에 따라 곧바로 NFC를 이용한 직접 결제가 지원되지 않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는 언제 출시? 가격은 ‘아이폰5S’와 동일

오는 19일 첫 발매국은 미국·프랑스·홍콩·캐나다·독일·싱가포르·영국·호주·일본이다. 국내에서는 늦어도 다음 달 초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음성롱텀에벌루션(VoLTE)을 지원하고 주파수도 다양화했다. 팀쿡이 직접 “한국 이동통신 3사”를 언급한 만큼 LG유플러스에서도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가격은 미국 이통사 2년 약정 기준 아이폰6가 16GB 199달러, 64GB 299달러, 128GB 399달러다. 아이폰6플러스는 용량별로 100달러씩 더해진다. 아이폰5S 64GB 기기 출고가가 399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략(플래그십) 모델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알파’를 74만8000원에 출시하면서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출고가 역시 아이폰5S(64GB 107만8000원)와 유사한 10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