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중콘텐츠펀드에 400억원 출자…中 콘텐츠 수입 장벽 피할 실마리 찾았다

우리 콘텐츠 기업이 중국의 높은 수입 장벽을 피해 시장에 진출할 문이 열렸다. 정부가 내년 예산에 한중 문화콘텐츠 공동펀드 출자기금을 반영하면서 공동제작 방식으로 중국의 수입제한조치를 피할 수 있는 덕분이다.

정부, 한중콘텐츠펀드에 400억원 출자…中 콘텐츠 수입 장벽 피할 실마리 찾았다

1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 가운데 400억원을 한중문화콘텐츠공동펀드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펀드의 총재원은 2000억원이다. 한국과 중국이 1000억원씩 출자한다. 우리 몫 1000억원 중에 정부가 400억원을 내고 민간기업이 600억원을 조성한다.

400억원 출자 결정은 지난 7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맺은 한중 영화공동제작 협정이 결정적 견인차다. 당시 우리 문화부와 중국 광전총국은 합작영화가 공동제작영화로 승인되면 중국 내에서 자국영화로 인정한다는 조건 아래 영화공동제작협정에 합의했다.

공동제작 영화나 드라마는 중국의 외국 콘텐츠 수입 제한 대상이 아니다. 우리 콘텐츠의 중국 진출에 좋은 기회다. 중국은 영화 배급에서 ‘분장제’와 ‘매단제’라는 제도로 자국 영화 산업을 보호한다. 분장제는 외국 영화가 영화배급을 위탁해 흥행수익을 제작, 배급, 상영 주체가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상영은 연간 34편으로 제한했다. 매단제는 영화 흥행 수익을 비롯한 일체의 배급권을 파는 방식으로 연간 30편으로 상영을 묶었다. 영화 외에도 방송, 게임 등 콘텐츠에 정치적 또는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장벽을 쳐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성될 펀드가 성장하는 중국 시장 선점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봉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내수에 관심을 쏟으면서 영화, 게임, 방송 등 콘텐츠 사업이 연평균 20~30%씩 성장할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에 진출한 영화가 26편에 그쳤다”며 “펀드가 조성되면 중국의 시장 진입 장벽을 넘어설 콘텐츠가 크게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펀드 결성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중국 측의 움직임도 기대되고 있다. 최보근 문화부 문화산업정책과장은 “중국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의 콘텐츠 제작 기술과 기획력에 관심이 높다”며 “다음 달 중국 베이징에서 예정된 한중 문화산업공동포럼에서 펀드 운용 등의 자세한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추세라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양국 정부가 참여하는 펀드인 만큼 운용 투명성 확보가 과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정부가 공동 참여하는 펀드에는 투명한 제작비 정산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공동제작펀드를 넘어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이 동등한 조건으로 교역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