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38회

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38회

5. 암살의 시작

6

“당신은 진정 누구 편이오?”

오에스테스는 바길라스에게 대들듯이 물었다.

“아, 오에스테스, 난 아틸라의 편도 아니고 로마의 편도 아닙니다. 오직 나의 편입니다.”

바길라스는 큰 눈만큼이나 큰 이빨을 드러내고 빈정거렸다.

“나에게도 뛰어난 아들, 로물루스가 있소. 그 됨됨이가 왕이 되고도 남소.”

오에스테스의 변색된 항변은 바길라스를 향한 것이 아니라 에데코를 향하고 있었다. 바길라스는 실눈을 뜨고 그들의 욕망의 배설을 가늠하고 있었다.

바길라스는 뱀처럼 긴 혀를 끌끌했다.

“어느 땅이나 서로 왕이 되려는 진화의 대열이 치열하지요. 난 그저 황금만 있으면 그깟 왕도 필요 없소. 황금이 곧 제왕입니다.”

바길라스는 주머니에서 슬쩍 황금 한 덩이를 꺼내 입에 물었다.

“먹을 수 있다면 기꺼이 먹겠소.”

에데코, 오에스테스, 콘스탄티우스는 황금을 입에 넣는 바길라스의 모습은 자신들이 몰래 감추고 있는 똑같은 탐욕의 절정으로 보는 듯 했다.

“나도 아틸라의 위대한 제국에 대한 의심을 갖고 있소. 황금검만이 아틸라를 제왕으로 만들어 줄 전설을 완성하게 될 것이오. 그런데 황금검은 아직 오지 않았소. 새들마저 살아서 돌아오는데 황금검은 앞으로도 오지 않을지도 모르오. 나도 내 나라로 돌아가 살고 싶소, 이제 떠다니는 삶도 지쳤소. 이건 자유가 아니라 방황이오.”

콘스탄티우스는 노골적으로 적극적이었다. 본래 그리스인(人)인 그는 그럴 수밖에 없는지도 몰랐다.

콘스탄티우스는 에데코와 오에스테스를 화살을 겨눈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두 분 모두 아들을 왕으로 키우고 계셨군요, 하하. 그마저 오래된 배신입니다. 하하하.”

그러자 성긴 그들의 거리가 좁혀지며 이제야 암살의 무게가 그들을 짓눌렀다. 이들의 결정과 행동이 곧 역사의 오차(誤差)를 바꾸게 될 것이었다.

호노리아는 늙은 똥돼지같은 원로원 의원이 침대에 누워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치밀었다. 머리카락은 한 올도 남기지 않은 채 벗겨져 한 올만이 달랑 축 쳐져 있었고 얼굴의 심술살 또한 축 쳐져서 혹처럼 달고 있었다. 희멀건 모가지는 커튼을 친 듯 겹겹이 포개져 역시 축 쳐져 있었다. 여자보다 더 풍만한 젖가슴 형태는 한없이 부풀어 축 쳐져 똥만 찼을 배를 덮고 있었다. 그에 비해 볼품없이 쬐끄만 그의 물건마저 힘없이 그저 축 쳐져 있었다. 허벅지는 살과 뼈가 따로 놀아 비비적 비쩍 말라서 부러질 듯 했다. 원로원 의원은 호노리아를 보고 멍충이처럼 웃었다. 빨리 침대로 들어오라고 손짓까지 했다. 패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인들이 호노리아 공주의 옷을 벗겨주었다. 아직 삼십 대인 호노리아 공주는 봐줄만한 몸매였다. 원로원의원은 눈꼽 낀 눈으로 자신의 물건을 쪼물딱거리고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호노리아 공주가 싫은 기색이 역력한 채 침대로 들어가자 하인들이 침대 주위의 커튼을 빙 둘러 가렸다. 하인들은 돌아가지 않고 침대 주위에 대기하고 있었다.

“난 그저 물만 나와. 이제 아이를 임신시키지 못해. 염려마.”

원로원 의원의 꼴같지 않은 천박한 말에 호노리아 공주는 토악질이 올라왔다.

“빨리 하자. 누워. 하인들이 기다리잖아.”

그는 똥돼지같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긴 똥돼지가 몸을 뒤집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그는 호노리아 공주 몸땡이를 올라타려고 어지간히 끙끙 애를 쓰더니, 올라타자마자 몸땡이를 가누지 못했다. 그놈의 똥만 찬 배 때문에 제 물건도 찾지 못할 지경이었다. 할 수 없이 호노리아 공주가 그의 물컹한 물건을 찾아주었다. 똥뙈지같은 의원은 기껏 한 두 번 움직였다.

“으응.”

그냥 고꾸라지더니 그대로 쓰러져 코를 곯았다. 그제야 하인들이 박수를 치며 자리를 물러났다. 호노리아 공주는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발렌티니아누스, 네가 나를 창녀 취급했으니, 나도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나는 너의 로마가 멸망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고야 말겠어.”

호노리아 공주는 신경질적으로 베게를 들었다. 자고 있는 똥뙈지의 얼굴을 꾸욱 눌렀다. 힘껏 눌렀다. 꾸욱꾸욱 눌렀다. 원로원 의원은 잠결에 조금 버둥거리더니 금새 움직임을 멈추었다. 호노리가 공주는 천천히 베게를 떼어냈다. 원로원 의원은 편안히 잠자는 표정이었다. 희멀건 얼굴이 핏기 하나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욕실로 갔다. 욕조에 들어가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오랫동안 닦았다. 눈물을 흘렸다. 이를 갈랐다.

“내 눈으로 보고야 말겠어. 망하는 꼴을 보고야 말겠어. 기독교 왕조라고? 기독교? 로마를 두 개로 절단내더니, 결국 가족까지 절단내고 말았어. 아, 아틸라. 복수해줘요. 아틸라.”

호노리아 공주는 더러운 욕망의 찌꺼기를 아프게 씻어내렸다.

묵호자(墨胡子)가 서역에서 가져온 믿음은 불교였다. 묵호자는 고구려에서 왔다는 설도 있었고 서역에서 왔다는 설도 있었다. 신비스러운 건 그가 강론을 펼치면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다는 것이었다. 특히 여인들이 신비스런 형상에 감동을 받았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