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미래 교육의 도전이 시작됐다, 스마트 교육의 진화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표현할 때 단골로 나오는 말이다. 이 문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전자칠판과 스마트패드, 무선인터넷이 지원되는 스마트클래스가 만들어졌고, 스마트 교육 시범학교와 스마트 교육 선도교사까지 미래 교육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신제주초등학교 고형철 교사가 스마트 에듀데이에서 컴퓨터의 연산 처리 기능인 ‘오토마타’를 보물섬을 찾는 게임을 통해 생각해보는 언플러그드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신제주초등학교 고형철 교사가 스마트 에듀데이에서 컴퓨터의 연산 처리 기능인 ‘오토마타’를 보물섬을 찾는 게임을 통해 생각해보는 언플러그드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 교육, 더 늦출 수 없어

교육전문기업 윤선생이 지난달 초등학생 2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절반 이상인 약 60%가 스마트폰을 보유하며, 하루 평균 81분을 사용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이나 메신저 이용만이 아니라 능숙하게 인터넷 정보 검색과 편집까지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는 초등학생 절반에 해당하는 46.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첫 번째로 ‘정보검색과 학습 등으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어서’(33.4%)였고, 그 다음은 ‘친구들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서’(23.0%)라고 대답했다.

이미 많은 교육기업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누리교육 대상인 영유아를 대상으로 스마트 교육 서비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교원, 대교, 웅진 같은 대형 학습지 기업부터 중소규모 교육기업들도 앞다퉈 스마트 패드 기반의 멀티미디어 교육 콘텐츠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예산이나 콘텐츠 부족 문제로 학교 현장에서만 사용이 제한될 뿐 ‘디지털네이티브’를 넘어선 ‘스마트네이티브’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교육은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현안이 됐다.

◇거꾸로 교실의 마법이 일어나다

우리나라의 스마트교육 정책은 스마트클래스 구축을 위한 예산 부족과 교재 개발 문제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정부 주도의 스마트스쿨 전국 확산 사업이 중단된 이후 세종시 같은 일부 지역에만 시스템 구축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콘텐츠 개발이나 학습활동까지 멈춘 것은 아니다. 정부 정책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스마트교육에서 미래 교육의 방향성과 즐거움을 발견한 교사와 학생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 교육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은 ‘거꾸로교실(플립드러닝)’의 성공사례였다.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은 컴퓨터나 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미리 배울 내용을 알아보고 오프라인에서 그 내용을 토론하고 문제를 푸는 교육방식을 일컫는다. 지상파TV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기획돼 알려진 거꾸로교실의 마법은 수업 중에 자는 학생들을 없애게 했고, 스마트폰을 게임을 위한 기기로 생각하던 학생들이 65%에서 31%로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행태가 4%에서 43%로 크게 늘었다.

교사는 칠판 앞에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고 학생은 이를 필기하며 배운다는 개념을 뒤집은 게 거꾸로교실이다. 산업혁명 시절의 집체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습활동의 자유도를 높였다. 학생은 교사에게 질문을 하고, 다른 학생과 토론, 실험, 실습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최형순 시공교육 부사장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스마트교육의 1단계가 오프라인 교재를 컴퓨터 저장매체나 온라인으로 옮겨 부교재로 활용하는 것이었다면, 학습 전용 스마트기기를 학교에 보급하겠다는 것은 2단계 수준”이라며 “3단계에 해당하는 플립드 러닝은 자기주도형 학습과정을 디지털 도구가 도와주는 것으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난 서비스 및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교육의 핵심은 창의성과 자발성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은 교육계에서는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교사, 학생, 교재를 교육의 전통적 3요소로 꼽지만,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과 재량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부에서 만든 스마트 교육용 교재 하나 없어도 교사 스스로 교과목과 스마트 기기를 연구해 수업을 준비한다. 지난 6월 제주도 국제교육정보원에서 개최된 ‘스마트 에듀데이’에서는 미래 교육을 향한 교사와 학생의 다양한 성공사례가 펼쳐졌다. 지난 1년여 동안 도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IT교육을 진행한 교사들이 공개 시연했고, 이를 보려는 교사 100여명이 모였다.

컴퓨터 없이도 컴퓨터의 기본원리인 기계어를 이해하는 수업이 마치 놀이처럼 펼쳐졌다. 사람이 하는 말을 ‘자연어’라고 하면, 컴퓨터는 0과 1로 구성되는 이진법 언어를 이해한다. 이를 기계어라고 말한다. 교사 앞에서 간단히 컴퓨터 기계어에 대해 설명을 듣던 학생 십여 명이 각자 카드를 하나씩 들고 국제교육정보원으로 흩어졌다. 두 가지 선택지가 그려진 카드를 든 학생은 컴퓨터가 되고, 술래가 된 학생은 흩어진 학생을 순서에 따라 찾으며 움직였다. 컴퓨터 연산 처리 기능인 ‘오토마타’를 보물섬을 찾는 게임을 통해 생각해보는 언플러그드 교육 사례다. 신제주초등학교 고형철 교사가 고안했다.

김종우 제주대 교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만큼 중요한 게 ‘휴먼웨어’라고 불리는 사람인데, 정작 스마트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역할이 간과되는 일이 많았다”며 “일반적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이나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키면, 기기 성능이나 프로그래밍을 일방적으로 가르친다고 잘못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생의 과학정보기술 이용한 스마트 교육은 학생의 창의성과 자발성, 나아가 합리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