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전선 사라진 대신 선박용 케이블, 전방 시장 악화 탓에 불황

원전 납품 비리 사태로 JS전선이 물러나면서 선박용 케이블 시장이 TMC·극동전선·LS전선 삼강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전방 시장의 불황과 중국 업체의 약진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은 이루지 못하는 모양새다. 신성장 시장으로 주목받았던 선박용 케이블도 낙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선박용 케이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TMC·극동전선·LS전선 등은 올해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선두권이었던 JS전선이 시장에서 물러나면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방 시장인 조선·중공업계가 부진하고 중국 업체들이 본격 진입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JS전선의 점유율을 세 업체가 고루 나눠 가졌다”며 “특히 TMC는 JS전선의 몫을 수주했지만 전방 시장 불황 등으로 매출액은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선박용 케이블은 종류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일반용은 미터당 가격이 고무 절연 케이블의 1.5배, 통신용 케이블의 20배에 각각 달하는 고부가 제품이다. 성장세가 정체됐던 전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았던 이유다.

선박용 케이블의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대한전선에서 분리된 TMC가 35%, 프랑스 넥상스가 지분을 보유한 극동전선이 25%, JS전선·LS전선 등이 각각 20% 정도로 국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었고 세계 시장에선 4업체가 각축을 벌였다.

하지만 JS전선이 지난해 원전 납품 비리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업 정리에 나서면서 시장 구조가 재편됐다. JS전선은 신규 프로젝트 수주는 물론이고 기존 프로젝트도 마무리돼 9월부터 케이블 생산을 멈춘 상황이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선박용 케이블 시장의 10%에도 못 미치는 967억원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JS전선과 TMC, 극동전선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비슷했으나 JS전선 청산 이후 TMC가 국내외 업계 1위에 등극했다”고 밝혔다.

전방 시장인 조선·중공업계도 부진해 TMC·극동전선 모두 올 상반기 매출액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선 제조 설비도 기존 기기를 유지·보수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의 소극적 투자만 이어지고 있다. TMC 관계자는 “투자는 계속하고 있지만 시황을 감안, 대규모 생산능력(캐파) 증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진과 환율 하락, 중국 저가 선박 업체의 시장 진입으로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단가 인하 압박도 이전까지는 타 산업에 비해 부담이 적었으나 최근 들어 심화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방 시장이 워낙 어렵다보니 가격 경쟁이 덜했던 전선 업계마저 단가 인하 압력이 들어와 출혈 경쟁의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면서 “중국 업체가 세계 시장에 가세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