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디스플레이 투자는 중국에 쏠려…국내 장비 업계, 현지화 전략 강화

그동안 주춤했던 디스플레이 시장 설비 투자가 올 연말 중국 시장에서 봇물을 터뜨릴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이 저온폴리실리콘(LTPS)·옥사이드(Oxide) 기반의 고화질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신규 투자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도 당분간 중국 현지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어서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투자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장비 업체들이 중국 현지화 전략에 팔을 걷어 부쳤다. 중국 주요 업체들의 신규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생산 규모도 확대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활발히 투자에 나서고 있는 곳은 BOE다. 오르도스에 건립 중인 B6 라인 2단계 투자가 올 연말 2만2000장(원장 투입 기준) 규모로 예정돼 있고, 이어 성도 지역 6세대(1500×1850) LTPS OLED B7 라인 증설 투자도 진행된다. 1단계 투자가 늦어도 내년 초 3만2000장 규모로 이뤄질 전망이다.

CSOT는 6만장 규모의 LTPS OLED 패널 생산을 목표로, 올 4분기 1만8000만장 규모의 선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티안이(Tianyi) 성도 공장도 오는 11월께 3만2000만장 규모 설비 발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밖에 비전옥스(Visionox)도 이달 4.5세대 AM OLED 증착기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의 설비 추가 증설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국내 장비 업체도 분주해졌다. 고객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현지 법인 및 서비스센터 설립은 물론이고 성능 검증을 위해 현지 업체와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최근 BOE와 CSOT에 수백억원 규모의 LCD 장비를 공급했다. 이 회사는 현지 법인을 통해 고객 대응 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디스플레이 패널 이송용 로봇을 만드는 티이에스도 최근 중국에 서비스 센터를 설립했다. 현지 직원 채용 등으로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 시장 기반이 없는 국내 신생 장비 업체들은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심지어 반값으로 대폭 낮추거나 아예 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나선 업체들까지 등장하면서 신생 후발 주자들의 ‘가격 후려치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업계 전문가는 “실질적으로 중국 업체들의 설비 투자시 국산 장비를 선정하는 비율은 30% 수준으로 대부분 고가의 일본 장비들을 채택하고 있다”며 “낮은 단가보다는 오랜 기간 중국 현지 업체와의 기술 교류를 통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