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폴크스바겐 아우토슈타트, 거대한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의 힘’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들랜드 운하 옆에 세워진 폴크스바겐 본사 공장 전경. 우뚝 솟은 네 개의 굴뚝이 인상적이다. 사진=김용주기자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들랜드 운하 옆에 세워진 폴크스바겐 본사 공장 전경. 우뚝 솟은 네 개의 굴뚝이 인상적이다. 사진=김용주기자

독일 중북부 인구 12만명의 소도시 볼프스부르크(Wolfsburg)는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이 탄생시킨 도시다. 1938년 폴크스바겐 본사 및 공장 건설과 함께 도시가 형성됐다. 지금은 거대한 4개의 굴뚝을 단 붉은 공장을 빼곤 그 시절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옆에 지어진 거대한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AutoStadt·자동차 도시)’가 세계 2위(2013년) 자동차 제국의 영광을 반영하고 있다.

영화가 재밌으려면 영상이 뛰어나거나, 줄거리가 흥미롭거나,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중 하나라도 만족해야 한다. 11일(현지시각) 찾아간 아우토슈타트는 이 세 가지를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영화로 치면 콘텐츠가 뛰어난 수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쿤덴센터 내부. 사진=김용주기자
쿤덴센터 내부. 사진=김용주기자

축구장 35개 크기(25만㎡) 부지에 약 5700억원을 투입해 2000년 6월 개장한 아우토슈타트의 영상미를 대표하는 건물로는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하는 ‘쿤덴센터(Kunden Center)’를 빼놓을 수 없다. 전면이 유리로 뒤덮인 높이 48미터짜리 원통형 쌍둥이 건물에 신차가 각 400대씩 빼곡이 들어차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구경할 수 있다. 차가 층층이 들어선 모습이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면서 잊히지 않는 강한 인상을 선사한다. 2012년 개장한 포르셰 파빌리온 등 아우토슈타트 내 대부분의 건물이 뛰어난 디자인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아우토슈타트를 관람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줄거리 또는 역사다. 본관인 피아자(Piazza) 내 콘체른벨트(KonzernWelt)에선 차를 디자인하는 과정, 차를 제조하는 과정 등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여준다. 폴크스바겐과 그룹 계열사인 벤틀리, 아우디, 람보르기니, 포르셰 등 7개 개별 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브랜드별 역사를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자이트 하우스(ZeitHaus)에선 폴크스바겐뿐만 아니라 1880년대 생산된 벤츠, BMW, 롤스로이스 등 경쟁사의 희귀 모델까지 관람할 수 있다.

아우토슈타트 내에 있는 포르셰 파빌리온은 뛰어난 건축미를 뽐낸다. 사진=김용주기자
아우토슈타트 내에 있는 포르셰 파빌리온은 뛰어난 건축미를 뽐낸다. 사진=김용주기자

아우토슈타트를 돌며 크게 놀란 것 중 하나가 치밀한 숫자였다. 허황된 구호나 주장 대신 숫자를 통해 확실한 근거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성인 남성은 하루 평균 45㎞를 걷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17~30세의 면허취득률은 25% 감소했으며, 2012년 전세계에 등록된 차를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115바퀴 돌 수 있고 종이 한 장에는 10리터, 바나나 한 개에는 150리터, 청바지 한 벌에는 8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따위다. 물론 이 같은 숫자는 폴크스바겐의 경영방침과 기업이념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미니크 몬(Mohn) 폴크스바겐 본사 홍보담당자는 “독일과 전세계 통계청, UN 등에서 얻은 숫자를 활용해 아우토슈타트를 꾸몄다”면서 “이 같은 자료를 근거로 카셰어링 등 새로운 자동차 수요패턴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