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사태, 금융 개혁 계기로](하) 강도 높은 내부 혁신 나서라

지난 2012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일명 ‘어윤대 KB회장 술자리 소동’ 사건이 불거졌다. 당시 어 전 회장이 국민은행 현지법인 개소식에 참석한 후 가진 저녁 자리에서 ING생명 인수를 반대하는 사외이사에게 고성을 지르고 술잔을 내던진 것이다.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어 전 회장은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별다른 처벌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결국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두 사람 다 직을 잃게 됐다.

문제는 내홍의 당사자가 물러나더라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에 남는다는 것이다. 경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장기 비전과 연속성이 필요한 미래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게 된다.

대표적 예가 ‘스마트 브랜치’ 사업이다. 민병덕 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왔으나 이건호 전 행장이 부임하면서 상징적 장소였던 여의도지점을 일반 지점으로 바꿔 버렸다. 어윤대 전 회장이 벌였던 20대 대학생 대상 ‘락스타 지점’도 그가 퇴임하면서 축소됐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구조에서 낙하산 경영진이 잠시 머물다 나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직 내부의 동기부여나 역동성이 떨어진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에서부터 이사회, 내부 조직문화에 이르기까지 강도 높은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낙하산 인사가 올 때마다 횡행하는 ‘줄대기, 줄서기 문화’부터 없애고 인사혁신위원회를 가동해 상시 점검 체계를 만들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무실해진 감사실명제를 현실화하고 검사자와 대상자 간 상호평가도 부활하는 등 자체 통제기능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많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서는 회장과 행장 자리에 내부 인사를 선발해 조직을 하루빨리 추스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런 일을 겪고도 낙하산 인사의 적폐를 끊지 못한다면 KB금융의 미래는 없다”면서 “무엇보다 회장과 행장을 잘 선발하는 게 조기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KB금융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어설픈 금융지주 체제의 예고된 실패’로 보는 시각도 많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주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KB의 경우라면 회장과 행장을 한 사람이 맡아 일관성 있게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주사와 계열사 간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구분지어 상호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면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권력은 갖지만 책임은 회피하는 이사회의 개혁도 요구된다. 2008년 지주체제 전환 직후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은 사외이사와 부행장 등의 선임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혔다. 뒤를 이은 어윤대 전 회장 역시 임기 후반 당시 임영록 사장과 갈등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이사회는 아무런 통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안팎의 목소리를 잘 듣지도 않았고 내부 갈등을 조율할 능력도 없었다. 이사진 선출 방법을 혁신하고 이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는 지 감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표] KB금융 혁신 방안

[KB사태, 금융 개혁 계기로](하) 강도 높은 내부 혁신 나서라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