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도 국산 방송음향장비 `찬밥` 우려…기재부 사업 예산 전액 삭감

미래창조과학부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국산 방송음향장비 채택비율을 4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정책 사업을 기획했지만 기획재정부 협의 과정에서 사업 예산 전액이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13곳에 달하는 동계올림픽 경기장의 장비 계약기간이 내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에 몰려 있어 내년도가 사실상 정부의 국산 방송장비 공급 지원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내년에 10억원의 예산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채택 국산장비 육성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기재부 반대로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기재부는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자체적으로 소요될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비에는 조직위가 국산 장비를 채택하게 되면 정부가 30%를 보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와 업계가 조직위 측과 수차례 사전 접촉해 마련한 안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시장을 뚫지 못하는 업계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30%, 지자체(조직위)가 70%를 매칭 지원하는 구조인 셈이다. 미래부는 이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13개 신·개축 경기장에 소요될 약 80억원의 방송음향장비의 40% 수준인 30억여원을 국산 제품으로 채운다는 계획이었다.

미래부는 이번 사업 추진을 위해 국회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정창림 미래부 전파방송관리과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 설명 자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국산 장비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만약 예산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조직위 측이 국산을 채택할 수 있도록 협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정부가 특정 제품을 추천할 수는 없지만 모니터·중계기·음향조명기기 등은 국산 제품을 신뢰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부는 내년도 국산 방송장비산업 인프라 구축사업 예산으로 20억원을 확보했지만 이는 계속사업인데다가 사업 성격도 달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국산 장비 채택 지원에 활용은 힘든 상태다.

업계는 19일 개막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턱없이 낮은 국산 방송장비 채택비율을 예로 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신규로 설치된 음향설비는 약 64억3800만원이며 이 중 국산은 5.5%인 3억5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방송장비 가운데 국산 제품 채택 비율은 더 낮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는 국내 대형 이벤트에서의 ‘레퍼런스(구축 사례)’는 해외시장 개척에 큰 힘이 된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국산 방송음향 장비가 채택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산 방송장비 채택률은 31.8%에 달하지만 국제 행사에서의 채택률은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표】국산 방송장비 점유율
※자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2014년은 추정)

평창동계올림픽도 국산 방송음향장비 `찬밥` 우려…기재부 사업 예산 전액 삭감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