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국을 배우는 자세로 봐야 한다`…5인 대학 지성인에게 물으니

‘중국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전자신문이 창간 32주년을 맞아 교수 5인에게 물은 중국 평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이다.

문승일 서울대 공대 교수는 중국을 다시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중국은 우리나라를 앞서 나간 지 한참 지났다”며 “중국이 우리 기술을 배우는 처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저렴한 노동(인건비)과 주인 없는 시장을 더 이상 제공해 주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최근의 ‘이스라엘 배우기’ 열풍을 중국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건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중국은 이미 수십 개 대학에 리눅스 센터와 산업 친화적 교육을 위한 소프트웨어센터를 세웠으며 수년 전부터 이론뿐만 아니라 기술을 강조하는 교과과정을 도입했다”며 “우리 대학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을 만들어내는 사이에 중국 대학은 글로벌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혁신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국 시장을 더욱 공세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유택 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 산업재 수출은 많지만 가전제품·자동차 등 소비재 수출은 미미하다”며 “중국을 생산기지보다는 수출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경영학회장)도 중국 내 수많은 ‘틈새시장 발굴’ 잠재력을 언급하며 “중국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찾아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방향성을 높이 평가하며 이제는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청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창조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와 관행의 과감한 혁파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장우 교수도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규제의 실타래를 쉽게 풀 수 없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따라 정부 평가가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건 교수는 “창조경제 핵심은 인재양성이고 가장 큰 축은 대학인데 대학 교육 정책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국가 저성장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혁신과 중소벤처 육성을 꼽았다. 이장우 교수는 “소수 대기업에만 의존해서는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 강소기업·중견기업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이신두 교수도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을 선도하고 도전과 혁신의 상징인 벤처기업과 히든챔피언의 잠재력을 가진 강한 중소기업이 육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택 보스턴대 교수는 지속적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체계적 혁신’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혁신의 요소·과정·결과’를 유기적으로 관리하고 이것이 선순환될 수 있는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준배·서형석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