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산 메신저 이용 막는 정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사이버 상에서 국론을 분열하고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철저한 대처를 주문했다. 대통령 발언 후 대검찰청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특정인의 중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사범은 구속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허위사실 확산을 도운 전달자도 최초 게시자에 버금갈 정도로 엄벌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침은 정부 본뜻과 상관없이 검찰이 메신저와 포털을 감시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인터넷상에 ‘카카오톡 메신저가 감시된다’는 내용의 글이 떠돌며 이용자 불안을 자극한다. 물론 이러한 소문은 과장됐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카카오톡 같은 개인적인 메시지를 모니터링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발표 내용이 불러온 오해라는 검찰 해명도 나왔다.

문제는 이미 이용자들은 대통령의 높은 발언수위와 검찰의 신속한 단속 표명으로 충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카톡 등을 대신할 대체재를 찾아 나섰다. 해외에 서버를 둬 검찰이 모니터링을 요청할 수 없는 해외 서비스에 눈을 돌렸다.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만 볼 수 있고 전달도 불가능한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다운로드가 갑자기 늘어났다. 결론적으로 검찰의 섣부른 엄포성 발표가 국산 서비스 탈출을 부추긴 결과를 낳았다.

사이버 허위사실 생산과 유포가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은 맞다. 하지만 이용자 잘못만은 아니다. 정부 소통 부족 탓도 크다. 국민 기본권과 국내 산업 보호는 더욱 중요하다. 박근혜정부는 규제철폐를 국정과제로 삼고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며 정부 규제 본능이 여전하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다. 청와대와 검찰은 여러 부작용을 검토해 신중하게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엉뚱한 오해를 사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