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지멘스, 가전 접고 에너지 강화...GE와 경쟁 확대 예고

독일 지멘스가 가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에너지 사업 강화에 나섰다. 프랑스 알스톰 인수전에서도 맞붙은 바 있는 에너지 시장 라이벌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의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다.

獨 지멘스, 가전 접고 에너지 강화...GE와 경쟁 확대 예고

23일 외신에 따르면 지멘스는 100년 가량 이어온 가전사업을 완전히 접고 에너지 사업에 매진하기로 결정했다. 회사가 보유한 가전사업 지분 전체는 가전사업 파트너인 독일 보쉬에 30억 유로(약 4조100억원)에 넘기고 내년 여름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멘스와 보쉬는 합작 가전사업체인 BSH의 지분 절반씩 보유해 왔다.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지멘스와 GE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고, 유럽 가전 분야에서는 일렉트로룩스와 보쉬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게 됐다.

지멘스가 유럽시장 내 인지도가 높고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전부문을 접기로 한 것은 경쟁자인 GE를 보다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GE 역시 이달 초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사 가전사업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멘스는 앞으로 셰일가스 등 에너지 사업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셰일가스 생산에 쓰이는 콤프레셔 전문기업 미국 `드레서-랜드 그룹`을 76억달러(약 7조9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셰일가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새 인수 결정으로 GE와의 경쟁 확대를 예고하고 나섰다. 지멘스는 이번 인수로 30% 육박하는 콤프레셔 세계 점유율을 가져왔다. GE와 거의 동일한 점유율을 갖추며 승부를 벌일 준비를 마친 셈이다.

지멘스는 자사의 가스 터빈과 천연가스 추출용 장비에 드레서-랜드 그룹이 제작하는 콤프레셔와 터빈 등을 더해 미국 수압파쇄식 셰일가스 시장에 참여할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석유·천연가스 생산에 사용되는 기기나 발전·송전 설비를 다루는 에너지 사업 본부를 미국으로 옮겼다. 영국 로열더치셸 임원도 영입했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이례적 조치라는 평가다.

‘셰일 혁명’으로 가스 생산 설비 수요가 늘고 있는 미국 시장 내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 카이저 지멘스 사장은 그동안 “에너지 부문은 전략분야”라며 “미국이 우리가 공략할 시장”이라고 GE의 텃밭인 미국시장을 겨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멘스와 GE의 세계 에너지 시장 경쟁에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아시아 기업들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유기업 국가전력망공사는 지난 8월 21억유로(약 2조8000억원)에 이탈리아 정부의 송전회사 주식을 35% 인수했다. 이탈리아 최대 전력 업체인 에넬과 스마트 그리드 개발도 제휴하는 등 에너지 시장에서 부상 중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